결혼이민자가 이혼·별거후 양육비 받는 경우 18.6% 불과
자녀 학교갈수록 경제적 어려움 더 커져
전문가들 "자녀 중심으로 정책 재편해야"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최근 인천에서 동급생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후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사한 중학생이 다문화 한부모가구 자녀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러시아 국적으로, 남편과 연락이 끊긴 후 홀로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런 이 어머니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처럼 다문화한부모가구는 다문화 가구와 한부모 가구가 호소하는 일반적인 어려움을 이중으로 겪는 경우가 많다.
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친지가 멀리 떨어져 있고 이로 인해 경제활동의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악한 경제적 상황은 양육자의 건강 악화, 심리적 불안감을 키우고 자녀는 제대로 된 보호와 교육을 받는 기회를 놓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20일 여성가족부의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다문화 가구(27만8천36가구) 가운데 한부모 가구는 4.8%(1만3천455가구)다.
한부모 가구 가운데 결혼이민자나 귀화자가 홀로 자녀를 키우는 가구의 비율이 약 4%(1만1천176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출신 배우자가 홀로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적다.
결혼이민자나 귀화자가 홀로 자녀를 키우는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이혼이나 별거 후자녀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18.6%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보고서는 "2012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두배 정도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한 부모로 자녀를 양육하는 결혼이민자나 귀화자 중 80% 이상이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까닭에 결혼이민자와 귀화자는 대부분 아무런 준비 없이 급작스럽게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문화적 차이와 의사소통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취업 문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다수는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노동 일자리를 찾게 된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다문화 배경을 지닌 한부모 육아 지원' 보고서를 보면 배우자가 있는 다문화 가구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비율은 31.5%였지만 이혼, 별거 가구인 경우에는 34.5%로 더 높았다.
특히 국내 국적이 없고 이혼, 별거 가구의 경우 가구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비율이 42.5%로 훨씬 높았다.
한국이주여성연합회 왕지연 회장은 "갑작스럽게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외국인 엄마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라며 "대부분 식당에서 일하거나 청소일을 하는데 노동시간이 12시간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절대적으로 자녀를 교육하고 소통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다문화한부모가구는 특히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들수록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이혼, 별거 상태에서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다문화한부모가구에 학부모로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자 자녀에게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28.5%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다문화한부모가구 관련 정책을 자녀 중심으로 재편하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전달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육아정책연구소 권미경 부연구위원은 "다문화한부모가구를 위한 정책이 빠르게 추가되고 보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실행할 구청, 동사무소에서 해당자에게 제도를 꼼꼼히 안내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다문화한부모가구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엄마와 자녀가 스스로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학교와 사회에서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회장도 "타국에서 경제활동과 육아를 함께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수록 일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문화한부모가구의 경우 지원과 배려가 자녀 중심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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