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변별력이 최우선인가…사교육 키우는 '불수능'

입력 2018-11-20 15:56   수정 2018-11-20 16:01

[연합시론] 변별력이 최우선인가…사교육 키우는 '불수능'

(서울=연합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 논란이 일고 있다. 31번 문제를 비롯해 고난도 문항이 많았던 국어는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이 작년보다 10점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돼 어렵긴 어려웠다. 수능 이틀 후 서울 상위권 대학생들이 올해 수능 문제를 풀어본 한 행사에서 국어가 평균 4등급, 영어가 3등급이었다고 한다. 상위권 재수생들이 많이 있는 입시학원 가채점 결과 국어 31번의 정답률이 20%도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수능 당일인 15일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이의신청도 991건으로 역대 최다인 데다 이의신청 중 고난도 문제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고 하니 올해 후폭풍은 예년보다 거센 듯하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롯해 교육계 안팎에서 "수능 난이도 조절은 신(神)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능 난이도는 맞추기 어렵다. "물수능보다는 불수능이 차라리 낫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한다. '킬러문항'으로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갖추면서 9개 등급별로 4%, 7%…의 표준 성적분포를 이루게 출제된 수능이 '목소리 큰' 쪽의 비난을 덜 받는다는 자조 섞인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학들이 이렇다 할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내신 불신도 깊은 상황에서 시빗거리가 없는 전형요소는 수능뿐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수능마저 변별력이 없다면 대학 쪽에서는 "도대체 뭘로 학생을 뽑으란 말이냐", 수험생 쪽에서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별 차이가 없지 않나"라는 불만이 당연히 터져 나온다.

그렇더라도 지금 같은 불수능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좌절감을 주고 성적지상주의, 줄 세우기를 부추긴다. 남들보다 높은 허들을 뛰어넘어 한 칸이라도 더 앞줄에 서기 위해 사교육 업체를 찾기 마련이다. 공교육 정상화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교육당국은 1994학년도 수능을 도입할 때의 초심은 잊지 말아야 한다. 수능체제가 26년을 지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성적 위주의 정형화한 인재 대신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종국에는 수능이 대입에서 자격고사 정도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함부로 폐기할 것은 아니다. 대학에 조금 더 재량권을 부여하고, 대학도 창의적 인재를 골라내는 노하우를 갖춰나가야 한다. 문제풀이식 지식 쌓기에만 익숙해진 인재만 우대된다면 인공지능(AI)이나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은 요원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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