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애들이 차를 빌리는데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나"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쉐프가 꿈이었는데…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20일 새벽 충남 홍성에서 술에 취한 대학 동기의 차에 타고 있다 변을 당한 이모(21) 씨의 빈소가 마련된 예산명지병원에는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달려온 유족과 친지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씨의 영정 앞을 지키고 있던 이씨 어머니는 벽에 기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조문객을 맞기 위해 잠깐씩 일어나기도 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급히 마련된 빈소는 조화도 없어 더욱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장례식장을 찾은 이씨 대학 동기들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차마 문 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결국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정 앞에 절을 한 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이씨 친구 A(21)씨는 "갑작스레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천안에서 왔다"며 "하루아침에 이런 사고를 당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황망해 했다.
평소 사회성이 있는 데다 명랑한 성격이어서 이런 비극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친지들은 전했다.
친척 김모(48)씨는 "호텔조리학과 졸업반이었는데, 호텔에 취직해 쉐프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며 "면허증이 없어 뒷좌석에 타고 있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술에 취한 운전자가 카셰어링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를 빌릴 수 있었던 데 대해선 개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씨는 "물론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람의 잘못이기는 하지만, 만취한 애들이 차를 빌리는데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을 당한 학생들의 모교 관계자는 "동기들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해 학생들이 많이 침울해 있다"며 "학생들 잘못은 있지만 어린 나이에 이런 사고를 당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1시 4분께 홍성군 홍성읍 소향리 소향삼거리에서 B(22)씨가 몰던 티볼리 렌터카가 도로 연석을 들이받은 뒤 신호등 지지대와 잇따라 부딪쳐 함께 타고 있던 이씨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01%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jyoung@yna.co.kr
목숨 건 '카셰어링'…만취운전 하다 대학동기 3명 목숨 잃어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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