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도 노조 가입 허용' 권고…법 개정까지는 난항 예상

입력 2018-11-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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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도 노조 가입 허용' 권고…법 개정까지는 난항 예상
'법외노조 통보' 조항도 삭제 권고…전교조 합법화에 힘 보태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가 2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관해 내놓은 공익위원 안은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계는 공익위원 안에 담긴 내용 대부분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공익위원 안이 얼마만큼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선위의 박수근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노동자 단결권 부분은 노동계가 주장해온 사항이 많고 경영계가 주장해온 사항은 많지 않기 때문에 경영계가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ILO 핵심협약 자체가 노동조합 가입·활동을 포함한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인 만큼, 경영계가 반대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1991년 12월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 가운데 4개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 핵심협약들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이다.
이는 노동권 보장 수준이 여전히 낮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내걸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로드맵은 '선(先)입법 후(後)비준'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관련 국내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개선위가 도출할 사회적 합의는 국회로 보내져 법 개정의 토대가 된다.
개선위가 이날 공개한 공익위원 안 내용 가운데 경영계가 가장 반대하는 것은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활동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 부분이다.
경영계는 기업별 노조가 일반적인 국내 상황에서 기업과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해직자와 실업자가 노조 활동을 하면 외부 정치 이슈를 끌어들여 사사건건 경영을 방해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를 고려한 듯 개선위도 "국제 노동 기준에 따라 비(非)종업원인 조합원의 기업 내 조합 활동이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직자나 실직자인 조합원이 회사를 출입할 경우 목적과 시간 등을 사측에 미리 알리고 사측이 회사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막을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공익위원 안은 노조 임원을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한 노조법 조항도 ILO 핵심협약과 상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업별 노조의 경우 노조 임원을 '종업원인 조합원'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금지하는 노조법 조항 삭제를 권고한 공익위원 안 내용도 경영계가 반대하는 부분이다. 외국 사례를 봐도 전임자 급여는 노조 재정으로 부담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공익위원 안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에 관해서도 기존 틀을 유지하되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에서 노사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권고했다.
고용노동부가 위원 구성 권한을 가진 기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대한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공익위원 안은 근로시간면제 범위를 노사 자율로 결정하더라도 법정 한도를 초과할 경우 무효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의 노조 가입·활동을 폭넓게 인정하도록 권고한 공익위원 안 내용도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공익위원 안은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과 일부 특정직 공무원 등에 대해서만 노조 가입을 인정한 공무원노조법이 ILO 핵심협약과 상충할 수 있다고 보고 개정을 권고했다.
공익위원들은 5급 이상 공무원이라도 직무에 따라서는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교정 공무원의 경우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고 고용노동행정의 신뢰성을 위해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노동위원회 조사관 등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익위원들의 입장이다.
공익위원 안이 노조 가입 허용 대상에 소방공무원을 포함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국민 생명, 공공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은 공무원의 파업권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장기적 논의 과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공익위원 안이 법외 노조 통보를 규정한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삭제를 권고한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직결되는 문제다. 전교조는 2013년 법외 노조 통보를 받아 합법적 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공익위원 안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권고한 것도 전교조와 관련된다. 정부는 전교조가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법외 노조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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