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문선민(인천)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격려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끈질긴 움직임과 성실한 플레이로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결정적인 기회에서 슈팅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이 그랬다.
문선민은 독일의 세계적인 수비수들 앞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플레이를 하다 연거푸 공을 빼앗겼다.
일부 축구 팬들은 문선민의 소극적인 플레이를 보고 '종이접기를 하느냐'라고 비꼬았다.
축구 팬들은 상대 수비수를 속이기 위해 한 타이밍 늦게 차는 동작을 '접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문선민이 지나치게 '접는' 플레이를 했다는 의미였다.
문선민도 이런 비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월드컵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나 역시 매우 아쉬웠다"라며 "월드컵이 끝난 뒤 경기를 돌려봤는데, 그런 말을 들을 만했다"라고 쿨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팬들의 비판을 한 귀로 흘려버리지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경험을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넣었다.
팬들의 비판은 문선민을 더욱 성장시켰다. 그는 소속팀에서 슈팅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했다.
변화된 플레이는 지표로 나타났다. 그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13골을 기록해 국내 선수 중에선 최다득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표팀 경기에서도 문선민은 달라졌다. 그는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선보였다.
2-0으로 앞선 후반 25분 득점 장면이 백미였다.
문선민은 주세종(아산)의 오른쪽 코너킥이 상대 팀 수비수 머리를 맞고 나오자 페널티 지역 밖에서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논스톱 왼발 슈팅을 날렸는데, 공은 강하게 회전하며 마치 미확인비행물체(UFO)같이 골대로 휘어 들어갔다.
상대 팀 골키퍼가 넋을 잃고 쳐다볼 만큼 엄청난 '원더골'이었다.
문선민이 '종이접기 왕자'라는 수식어를 지워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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