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바오로수도회 월간지 '예수스', 북한 특집 게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달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며 교황의 방북 실현 여부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을 품고 있는 나라이자 가톨릭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도 북한 천주교회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가톨릭 출판사로 유명한 성바오로 수도회가 펴내는 월간 잡지 '예수스'(Jesus)는 11월 호에서 '북한, 신앙의 봄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게재해 북한 천주교의 과거와 현재, 최근의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북한에 다시 천주교 신앙을 전파하려는 한국 천주교계의 소망 등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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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쓴 파올로 아파타토 기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교황의 방북을 초청한 것이 (체제)선전용인지, 아니면 남북한의 해빙 분위기 속에서 대화와 개방을 위한 진전된 신호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면서도 북한의 수도인 평양이 과거에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만큼 가톨릭과 인연이 있던 곳임을 강조했다.
'바티칸 인사이더', '피데스 뉴스 에이전시' 등 이탈리아의 유력 가톨릭 매체를 위해 일하는 아파타토 기자는 이탈리아 가톨릭 언론에서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아파타토 기자는 "평양은 과거에 교회와 선교사, 기독교 학교, 신학생, 신자들이 어우러져 신앙이 꽃을 피운 곳"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까지 평양에는 5만 5천명의 신자와 57곳의 성당이 존재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 땅이 바라보이는 경기도 파주시의 참회와 속죄의 성당의 권찬길 주임 신부,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추기경), 유흥식 대전교구장(주교) 등의 목소리를 통해 남북 화해와 평화를 향한 천주교계의 소망도 함께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65년 동안 교회의 존재를 억압하고, 종교의 자유를 강력히 제한해 왔지만, 최근 남북 관계의 진전으로 한국 천주교회는 화해와 평화, 용서를 위해 북한의 형제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기사에는 외국인 선교사가 한복을 입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 베네딕토회의 왜관 수도원의 전신인 덕원에서 주민들이 야외 미사를 진행하는 사진 등 1930∼1940년대 북한에서의 천주교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장의 흑백 사진도 함께 실려 이탈리아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사진은 아파타토 기자가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평양교구를 관할하는 서울대교구에서 전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불과 60여 년 전까지 교회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이탈리아의 일반 대중에게는 새로운 사실"이라며 "생소한 북한의 천주교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이번 기사는 현지 언론 역시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을 주목하고, 미리 여론을 환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읽힌다"고 20일(현지시간)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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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공식 초청장이 오면 기꺼이 북한에 방문할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방북 수락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교황청은 북한에서 공식 초청장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최근의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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