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초기 방향 정하고 증거은폐…검찰총장, 강씨에게 사과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무고한 옥살이 피해자를 낳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정권이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넣었고 그에 따라 초동수사 방향이 정해졌다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의 결론이 나왔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해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현 검찰총장이 강씨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를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21일 권고했다.
위원회는 권고배경 설명에서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분신 정국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그 직후 검찰총장이 분신의 배후를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정권에 의한 수사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팀이 구성 후 하루이틀새 유서 대필 쪽으로 방향이 잡혔고, 유서의 필적과 김기설의 필적이 동일한지에 대한 감정회보가 도착하기도 전에 강기훈을 용의자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수사 초기 확보된 김기설의 흘림체 필적이 감정에 회부되지 않고 수사기록에도 편철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볼 때 범죄사실 입증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수사 도중 확인되지 않은 단정적인 주장을 발표한 점과 재심개시 이후에도 기계적으로 불복한 점과 관련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강씨는 전국 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던 1991년 5월 친구이자 전민련 소속 김기설씨가 서강대 옥상에서 몸을 던져 숨진 뒤 김씨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으나 결정적인 증거인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 등이 인정돼 재심 끝에 2015년 5월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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