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親국유기업 정책' 바꿀까…시진핑 주문에 '사기업 살리기'

입력 2018-11-21 10:31   수정 2018-11-21 10:41

중국 '親국유기업 정책' 바꿀까…시진핑 주문에 '사기업 살리기'
WSJ "민영기업의 고통이 중국의 지도자들을 행동하도록 자극"
"친국유기업정책 부작용 바로잡기 시작"…"미봉책 불과" 비판론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6년간 강도 높게 추진해온 '친(親) 국유기업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 민영기업의 고통이 지도자들을 행동하도록 자극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친 국유기업 정책의 부작용을 바로잡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국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영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국유기업 대출을 선호하면서 민영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민영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됐다.
국유기업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경영난에 처한 민영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유제 경제가 강화되고 민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영 경제가 쇠퇴한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민영기업의 쇠퇴는 중국 경제 전체의 탄력성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자 집권 6년간 친 국영기업 정책을 펴온 시 주석이 민영기업 지원 카드를 꺼냈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에서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영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좌담회에서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은 공유 경제를 주축으로 하되 민영 경제를 함께 운영하는 기본 경제 제도를 운용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방침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우리나라의 민영 경제는 장대해지고 더욱 넓은 무대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은 민영기업에 대해 통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시 주석은 민영기업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세금 부담 경감 ▲민영기업 융자 난 해소 ▲공평한 경쟁 환경 조성 ▲정책 집행 방식 개선 ▲당국과 경제계 간 소통 강화 ▲ 기업가 신체 안전 및 재산 보호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중국 최대 민간 자동차 부품 회사인 왕샹(萬向)그룹, 중국 최대 IT·게임 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 그룹 등 40여 개 민영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도 좌담회에서 지적했지만, 중국의 민영기업은 과세의 50% 이상, 국내총생산의 60% 이상,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집권후 지속적으로 추진된 친국영기업 정책에다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민영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은행·보험 감독기관에 따르면 중국 민영기업들은 중국 민영 은행 전체 대출액 가운데 4분의 1밖에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민영기업들은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라고 불리는 비제도권 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랴오닝(遼寧)성 사허(沙河)시에서 유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쿵서빈 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선 은행 간부와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즉시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장(浙江)성 민영기업 투자협회의 저우더원 회장도 "올해는 민영기업들에게 심각한 도전의 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심지어 장기 호황을 누렸던 IT 대기업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기업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도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민영기업 좌담회를 통해 민영기업 지원 방침을 밝히자 중국의 지방정부와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증시 폭락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영기업을 도우려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상하이(上海)시 정부는 중소 민영기업을 돕기 위해 300억 위안(약 4조8천9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WSJ는 전했다.
또 IT 업체들이 몰려있는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도 민영 IT 회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 위안(1조6천3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중국 재정부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민영 부문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영기업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친 국영기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비판론도 존재한다.
베이징의 자문회사 트리비움의 앤드류 폴크 창업주는 "나는 이런 노력(민영기업 지원정책)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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