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선원위령탑…관광개발사업에 밀려 이전 무산

입력 2018-11-21 14:36  

갈 곳 잃은 선원위령탑…관광개발사업에 밀려 이전 무산
현재 위치도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주민들 '나가라' 요구
선원노련 "산업일꾼으로 활약한 선원 추모 시설인데…"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바다에서 숨진 선원을 추모하는 부산 순직 선원위령탑이 부산 태종대 공원 안쪽으로 이전될 계획이었지만 관광개발사업에 밀려 끝내 무산됐다.
부산시는 영도구 동삼2동 순직 선원위령탑 이전사업이 최종 무산됐다고 21일 밝혔다.
태종대 유원지 길목에 있는 순직 선원위령탑은 바다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선원 넋을 기리고자 1979년 세워졌다.
올해까지 국내외 해상에 숨진 9천205명 위패가 봉안돼 있다.
하지만 건립된 지 40년 가까이 돼 시설이 낙후되고 관리 또한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이전 요구가 나왔다.
주거지와 붙어 있는 위령탑 위치에 반감이 있던 인근 주민은 1천600명의 연대 서명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여기에 순직 선원위령탑 관리 주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선원노련)도 위령탑을 이전하면 공원화 형태로 새로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전사업에 동의하기도 했다.
2015년 이전은 결정됐다.
부산시는 국비와 시비 50억원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계획했다.
올해까지 국비와 시비 16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부지 선정은 쉽지 않았다.
그사이 태종대 공원 종합관광개발사업 계획이 올해 초 수립됐고, 이 계획과 배치되는 위령탑 이전은 무산됐다.
혐오시설 취급을 받아오며 주민 요구에 따라 사업부지도 선정하지 않은 채 섣불리 이전이 추진되다 관광개발사업에 막혀 이전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다.
부산시는 이미 확보한 사업비를 순직 선원위령탑을 개보수하는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향도 고려했지만, 이 또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부산시는 확보한 국비와 시비 16억원을 반납했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이전 계획이 있어 수년째 개보수조차 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 산업일꾼으로 활약했던 선원들을 추모하는 시설이 대우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봉철 전국원양노조 위원장은 "약 1만명의 위패가 있는 시설이 주민들 반발에 떠나가야 한다는 것도 아쉬운데 이전조차 다른 개발사업에 막혔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시설을 확충 보완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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