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회장에 미정부 국제범죄자 지목 인사 선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집행부 난맥상을 빚고 있는 국제복싱협회(AIBA)를 축출할 움직임을 보여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복싱경기가 제대로 치러질지 의문시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AIBA는 전임 우칭궈 회장의 재정부실과 공금 실종 사건에 이어 후임에 미정부로부터 마약밀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가 선출되는 등 논란이 지속해왔다.
고질적인 올림픽 경기 판정시비에 이어 협회 운영 부실까지 겹침으로써 그동안 IOC로부터 누차 개선 지시를 받아왔으나 결국 IOC가 퇴출이라는 극단 처방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IOC가 다음 달 1일 도쿄 집행위원회에서 AIBA를 축출하기로 결정할 경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2020년 복싱경기 운영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AIBA가 주관하지 않은 복싱경기가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AIBA는 지난달 임시회장을 맡아 온 가푸르 라히모프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러시아 시민권 소지자인 라히모프는 그러나 미국 재무부로부터 마약 범죄자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로 지난 1월 AIBA 임시회장에 선출되면서부터 AIBA의 신뢰성과 관련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미 재무부는 그를 '우즈베키스탄의 지도적 범죄자 가운데 1인'으로 지칭하고 있다.
AIBA로서는 라히모프의 등장이 전임자의 공금유용 등에 따른 협회의 재정난을 타개할 구세주로 간주했으나 IOC로서는 그동안 고질적인 판정 논란에 따른 심판자질과 협회의 부실한 반도핑 조치에 이은 또 다른 악재로 간주했다.
IOC는 이에 따라 올해 초 AIBA에 대해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IOC 측근 인사들은 AIBA가 퇴출 '유예'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며 IOC는 이미 도쿄 올림픽에서 (해당 경기연맹 퇴출에 따른) 복싱경기 보존 방안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IOC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AIBA가 축출되지 않으려면 '혁명적인'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AIBA는 그동안 IOC가 유사한 잘못을 저지른 다른 종목에는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 이중적인 기준을 갖고 있다면서 한편으로 경기단체의 '내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미 재무부로부터 옛 소련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범죄조직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라히모프는 미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범죄단체 연루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IOC가 이미 회장 선출 외에 AIBA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면서 "IOC 집행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우리는 선수들을 보호하고 도쿄 올림픽 복싱경기가 열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위스 로잔 소재 은행 BCV는 미 재무부가 라히모프 회장을 범죄자로 규정함에 따라 이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 해당 은행의 AIBA의 계좌를 폐쇄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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