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사건 수혜 터키대통령…야심 못 채웠지만 지위 격상

입력 2018-11-22 10:50  

카슈끄지 사건 수혜 터키대통령…야심 못 채웠지만 지위 격상
에르도안 대통령, 역내 민심 얻고 미국과 관계 복원 기회 얻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희망했던 것을 모두 얻지는 못했지만, 위상은 올랐다."



최근 수주 간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사실상 '종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배후로 드러난다 해도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야심도 채워지지 않았다고 21일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통해 역내 맞수인 빈 살만 왕세자를 밀어내고 미국의 중동정책이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재조정되도록 꾀했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터키의 실망감은 카슈끄지의 살해를 명령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트럼프의 설명을 "웃기는 일"이라고 꼬집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한 터키 여당 누만 쿠르툴무시 부대표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벌인 지정학적인 싸움에서 패배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상상하기 어려운 돌발적인 사건으로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7주 전 카슈끄지 사건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불발 쿠데타에 대한 단죄로 10만명 이상을 구금하면서 터키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갖추지 못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으며 맞수인 사우디를 계속 압박할 수 있었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터키를 향해 '악의 트라이앵글'(triangle of evil)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유럽외교협회(ECFR) 선임연구원인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는 "그는 아랍세계의 압도적 다수의 사람 쪽에 서게 됐다"며 "사람들은 분노했고, 그들은 이제 에르도안이 올바른 쪽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NYT에 말했다.
에르도안은 서방에서도 그간의 독재 이미지를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됐으며, 미국과도 크게 흐트러진 관계를 복원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카슈끄지의 살해와 관련한 소름 끼치는 내용을 하나씩 공개하면서 자신에게 비판적이던 미국 의원들을 돌려놓아 워싱턴에서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얻을 수 있었다.
터키 이스탄불의 경제외교정책학센터(CEFPS)의 시난 울겐 소장은 "트럼프가 빈 살만을 포기한다는 것은 설득력 없는 아이디어"라며 "터키 쪽에서는 다소 실망스럽겠지만, 또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터키 외무장관인 메블뤼트 차우쇼을루는 많은 나라가 카슈끄지 문제로 사우디와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원치 않고 터키도 마찬가지라면서 사우디의 동반자로 남겠다는 트럼프의 결정에 일부 수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차우쇼을루 장관은 "살해 사건은 규명돼야 한다"며 카슈끄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터키 언론이 전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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