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송고한 기자 이틀치 통신내용 조회, 통화 내용 추궁까지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최근 창원지검(지검장 이정회)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정 정당이 제기한 고발 사건을 수사하며 언론 제보자 색출에 나서서다.
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던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은 이용표 경남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공무원 선거관여 금지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 텃밭으로 여겨진 경남에서 같은 당 송도근 사천시장, 조진래 당시 창원시장 후보 등이 줄줄이 경찰 수사망에 오르자 표적 수사를 주장한 것이었다.
피고발인인 경찰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검찰의 조사는 엉뚱하게 언론인을 향해 흘러갔다.
검찰은 사천시장 등에 대한 경찰 수사 기사를 보도한 기자들에게 지난 10월부터 취재 경위를 묻는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 1월 9일 사천시장 집무실 압수수색 건을 제일 먼저 보도한 본 기자에 대해서는 기사 송고 당일과 그 전날의 이틀 치 통신내용을 조회했다.
기자가 이틀 동안 접촉한 취재원들이 검찰 강제수사로 고스란히 노출됐다.
검찰은 통신내용을 일일이 열거하며 왜,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추궁하기까지 했다.
검찰은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기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수사 지휘라인과 통신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기자의 취재원 보호 의무가 검찰 눈에는 단순히 수사 비협조로만 비쳤다는 뜻이다.
참고인에 불과한 기자 통신내용을 들여다봄으로써 얻게 되는 득과 실을 따져봐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검찰 수사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가 훼손됐고 취재원이 언제든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한 전례가 남았다.
검찰이 기자 통신내용 조회 이후 불거질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취재원 색출에 나선 이유에 대해 검찰은 궁색한 변명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충 수사를 마무리하면 한국당에서 항고하거나 재정신청을 할 가능성이 커 통신내용을 조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은 검찰이 특정 정당의 눈치를 봐서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일각의 비판과 묘하게 겹쳐지는 것으로도 읽힌다.
검찰의 이런 시대착오적 행태는 정당한 취재 활동에 심각한 위협이어서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특정 정당에 '할 만큼 했다'고 보여주려던 검찰 수사 의지는 언론 자유에 큰 상처를 남겼다.
창원지검의 취재원 색출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요구가 잇따르는 국면에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금 보여준 사례로도 기록될 듯하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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