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보고서 "3곳 중 시유지 최적지"…시 "유사민원 이어져 도시 기능마비"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김해시가 장유소각장 이전과 함께 사용시한이 다가오는 진영 매립장 등을 집단화해 폐기물종합처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하고 용역을 진행, 적합 후보지를 보고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결국 집단화 자체를 포기한 경위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시는 폐기물처리시설 집단화 보류와 소각장 증설을 결정한 후 소각장 이전을 추진하던 2015년 말 시와 협의해 작성된 용역보고서와 전혀 다른 논리를 펴고 있어 소각장 주변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 용역보고서에 소각장 이전 '최적지' 있었나
22일 김해시와 장유소각장 이전주민비상대책위 등에 따르면 2015년 12월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는 '김해시 폐기물종합처리시설 설치 타당성 조사 및 중장기 계획수립' 용역보고서를 시에 제출했다.
'급격한 도시발전에 따른 인구증가와 폐기물 성상변화에 따른 소각용량 부족, 매립시설 사용기한 도래, 음식물자원화시설 용량부족 등 안정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고, 시설들이 흩어져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워 집단화를 위한 최적의 부지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용역 발주 이유였다.
집단화 대상은 장유소각장, 진영 음식물 폐기물 자원화시설과 매립장, 한림 음폐수 에너지화시설과 재활용선별시설 등이다.
용역 과정에 종합처리시설 예비후보지 7곳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도심 외곽지역 3곳이 관련 법률과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적합지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특히 석산 개발부지로 시유지인 '제3후보지'가 입지 조건과 경제성, 사회·환경·기술적 조건 등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받아 종합평가에서 '최적 부지'로 추천됐다.
이 후보지는 25만5천㎡로 1.3㎞ 안에 주민 385가구 730여명이 살고 있고, 시유지여서 토지보상비가 전혀 들지 않아 부지 조성비와 시설비 등 사업비 1천984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별로는 광역소각시설 835억원, 음식물처리시설 288억원, 매립시설 617억원, 음폐수처리시설 160억원, 재활용선별시설에 84억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40만3천㎡인 제1후보지는 완만한 경사지로 영향권 안에 185가구 350여명이 살고 있고 보상비와 조성비, 시설비 등 2천455억원이 들 것으로 나타났다.
제2후보지는 31만8천㎡로 영향권 안에 300가구 650여명이 살고 있으며 진입 때 급경사인 점이 흠으로 지적됐다. 사업비는 2천36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재원조달방안을 보면 보고서는 제3후보지를 기준으로 국비 762억원, 지방비 1천222억원(김해시 1천175억원)으로 제시했다.
소각장의 경우 국비 50% 지원을 예상했다. 지방비는 광역화를 전제로 밀양시와 분담하는 것으로 했다.
보고서는 "광역화를 추진하면 소각시설의 국고 지원비율은 30%에서 50%로 상향되므로 김해시 재정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폐기물 처리시설 가동 개시 연도와 종료시점도 서로 달라 집단화 단지를 먼저 만들어 놓고 이전하는 것 보다 3단계로 나눠 이전할 것을 권했다.
2015년 말 보고 시점을 기준으로 1단계로 2021년까지 소각장과 음식물처리시설을 이전하고, 2단계는 2026년까지 매립장과 재활용선별시설을, 3단계엔 음폐수처리시설을 2031년까지 설치한다는 안이었다.
시설용량은 소각장의 경우 하루 260t, 음식물처리 하루 180t, 음폐수 하루 100t, 재활용선별시설 하루 60t 등이다.
이처럼 15년간 3단계로 나눠 폐기물 종합시설을 조성하면 제3후보지 기준으로 1단계에 1천123억원, 2단계에 701억원, 3단계에 160억원이 소요된다.
김해지역 환경기초시설 가운데 매립장의 경우 진영 1곳과 삼계 1곳 등 2곳 매립이 완료됐다.
현재 사용 중인 진영읍 설창리 매립장도 2025년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어 새 매립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인근 양산시는 2072년, 밀양시는 207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매립장을 확보해놓아 대조적이다.
◇ 안면·논리 바꾼 시, 주민 비대위와 정면 대치
김맹곤 전 김해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허성곤 현 시장이 2016년 4월 재선거에서 잇따라 소각장 이전 및 폐기물종합시설 조성을 공약했다. 하지만 소각장 이전은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증설로 바뀌었고 허 시장도 올해 선거에선 소각장 이전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소각장 이전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증설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김해시는 소각장 이전 약속을 언제 했느냐는 듯 '이전 절대 불가, 증설 불가피' 논리를 펴고 있다.
현 소각장이 특별한 법적 문제가 없는데 인근 주민들의 '단순 요구'로 이전하면서 악취가 심한 음식물자원화시설까지 이전하면 극심한 지역갈등이 우려된다는 식이다.
진영 매립장 사용연한도 용역에선 2025년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젠 2040년까지 가능하다고 말을 바꾸었다.
국비도 용역 당시엔 광역화를 전제로 50% 지원받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이젠 "증설로 해결할 수 있고 개·보수 가능한데 이전할 경우 신설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바뀌었다.
용역보고서상 2곳의 부지는 단순히 '적합'으로 돼 있는 데 비해 제3의 후보지는 종합평가 결과 '최적의 부지'로 돼 있는데도 시 관계자는 이런 표현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 후보지에 대해 시는 또 2023년까지 채석허가가 나 있고 연장할 수도 있는 데다 채석이 끝나도 환경시설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며 환경시설 집단화 후보지 사용에 부정적 입장을 미리 드러냈다.
지난 9월 1일 시민원탁토론 당시 시는 자료집에서 '이전 적지' 등 용역보고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3개 후보지에 집단화를 추진할 경우 입지선정과 토지보상, 행정절차 등 빨라야 7년 늦으면 10년 이상 걸리고 반대민원으로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참석자들에게 내놓았다.
시는 당시 별도 보도자료에선 "문제없는 시설을 단순하게 주민들 요구로 이전한다면 유사민원이 도미노처럼 이어져 사회갈등과 막대한 사회비용은 물론 도시기능 마비로 이어져 더는 도시기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과장하며 시민 전체를 겁박하는 듯한 행태까지 보였다.
시는 이밖에도 기존 소각장에 증설공간이 마련돼 있는 점, 소각장 이전 때 폐열을 이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손실 등도 강조했다.
현재 소각장 이전 불가 입장을 확고히 한 상황에서 펴는 논리를 보면 3년 전 예산을 들여 업체 측과 중간보고와 협의를 거쳐 최종 납품받은 용역보고서와 너무 큰 차가 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예산지침 등은 용역 당시와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지만 현 상황서 이전 시 국비 지원을 못 받는 것이 맞다"며 "매립장 사용연한 등도 양산으로 쓰레기 일부를 가져가는 것 등이 정확히 고려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예산문제보다 입지선정이 더 문제며 사업비와 소요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소각장 이전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못 박았다.
소각장 이전을 요구하는 인근 아파트 주민으로 구성된 비대위 측은 "시는 용역보고서와 약속대로 '최적지'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를 감수하며 2001년부터 18년간 기다렸고 5년간 기한 연장까지 해줬는데 이전은커녕 시설을 증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최적지로 추천된 시유지로 소각장 이전과 폐기물종합처리시설 설치를 갑자기 포기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채석이 끝난 후 도시개발 부지로 활용하거나 인근 도시개발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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