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가 어렵사리 타결됐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국정조사는 정기국회 후 실시하기로 하고 국조 계획서는 12월 중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을 뿐, 국조 대상과 범위를 놓고 여야는 기 싸움에 돌입했고, 국조 수용을 놓고 여당 내부도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국조에 합의한 만큼 여야는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낙담한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조사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면 청년들을 또 한 번 분노케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국조의 발단은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다. 올해 3월 1일 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천285명 중 기존 직원 가족 특혜가 있었는지가 규명 대상이다. 사전에 노조나 공사 직원인 가족으로부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정보를 입수해 '전략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을 가능성이 의혹의 뿌리다. 공사 전 직원 1만7천84명 중 99.8%(1만7천45명)가 응한 내부 설문조사에서 사내 친인척이 있다고 응답한 직원 비율이 11.2%(1천91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이 국감을 앞두고 공개되면서 채용비리 의혹으로 비화했다. 서울시는 "직원 중 가족 비율이 높다고 채용비리는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스스로 한 점 의혹을 없애겠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여당 소속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 산하기관이 연루된 의혹이라 국감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은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랜드와 시중 금융기관의 채용비리가 지난해부터 정부 특별점검과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면서 공분을 자아냈고, 채용비리 의혹은 공공기관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뇌관으로 부상했다.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 될 적폐다. 국조는 진실을 밝혀내고, 비리가 드러나면 응분의 단호한 조처를 하고,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공공기관의 신뢰를 복원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국당이 "2015년 1월 이후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채용비리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당 소속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비리 의혹은 국조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국조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국조를 정쟁으로 흐르게 하는 불씨가 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여야 합의문대로 의혹이 공론화된 공공부문은 모두 원칙대로 국조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정도다. 박원순 시장도 국조 합의에 대해 "야당이 정파적 이득을 위해 국정조사를 이용한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는 자세로 국조에 당당하게 임하기 바란다. 정치권은 각자의 정치적 이해보다 채용비리 의혹에 좌절한 청년들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여야가 국조를 진실규명보다 정쟁의 장으로 이용하는지를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일각에서 국조가 차기 대권 주자 흠집내기 공방으로 흐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은 박 시장을 겨냥한 공세를 시작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박 시장과 가까운 의원을 중심으로 국조를 수용한 지도부 결정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그런 흐름이다. 국조를 정치 게임으로만 생각한다면 이번 국조도 정치적 주장만 난무한 '맹탕 국조' 전철을 밟을 것이다. 청년의 미래가 걸린 채용비리 의혹을 정쟁화하는 것은 국민의 뜻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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