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밴 판결' 놓고 사법부 수장과 격돌…삼권분립 침해논란 가능성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과 법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남쪽 국경을 통한 대량 이민 해결을 위한 대통령 포고문'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제9 연방순회법원 존 S. 티거 판사의 지난 19일 판결로 촉발된 행정부와 사법부 수장의 정면충돌이 미국의 전통명절인 추수감사절에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사법의 독립성을 전면에 내세워 공개적으로 현직 대통령과 '맞짱'을 뜬 상황에서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계속 비판함에 따라 삼권분립 위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인 이날 아침 올린 트위터를 통해 "로버츠 판사는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9 순회법원은 완전하고도 총체적인 재앙이다. 통제 불능이며 끔찍한 평판을 갖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전날 트위터에서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을 '대법원장'(Chief Justice)으로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판사'라고만 호칭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나라의 어떤 순회법원보다도 판결이 뒤집힌다. 79%"라며 제9 순회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비율이 79%라는 폭스뉴스 보도를 인용한 뒤 제9 순회법원에 대해 "거의 보장된 결과를 얻어내는데 이골이 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판사들은 국경이든 어디든 안전 문제에 대한 법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면서 "그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우리나라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판사들에 대해 무지하다고까지 했다.
이어 "우리의 위대한 법 집행 전문직들이 그들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오직 아수라장과 혼돈, 상해, 죽음만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쓰인 대로의 헌법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티거 판사의 이른바 '캐러밴 판결'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간 정면충돌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자신의 대표적 반(反)이민 정책에 제동을 건 티거 판사에 대해 "오바마 판사"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티거 판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임용됐다.
그러자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전날 AP통신의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미국에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 우리에게는 자신들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의 비범한 집단만 존재할 뿐"이라며 '독립적인 사법부'라는 표현까지 써서 정면 반박에 나섰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을 통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 미안하다. 그러나 진짜로 '오바마 판사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며 제9 순회법원을 "손쉬운 승소와 지연을 추구하는 일부 변호사들을 위한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깎아내리는 등 격돌이 이어졌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날 연방대법원장에 대한 기이한 공개 공격을 이어나갔다"며 대통령이 특정 판사를 지목해 개인적으로 비난하는 일 자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발언에 직접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현대사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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