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가족 살리려는 궁여지책…아이 맞은 쪽은 "자선"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나머지 아이들이 굶지 않게 하려면 딸을 3천 달러(약 340만 원)에 팔아야 했어요. 아직은 70 달러(8만 원)밖에 받지 못했네요."
아프가니스탄의 극심한 가뭄 때문에 서부도시 헤라트 주변의 난민수용소에 자리 잡은 마마린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어 홀로 아이 셋을 먹여 살려야 했다.
결국, 3천 달러의 결혼 지참금을 챙기고 여섯 살 딸 아킬라를 옆 천막에서 지내는 이웃에게 팔아넘겼다. 아킬라는 이웃의 열 살배기 아들의 신부가 됐다.
최악의 기근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프간 주민들이 딸을 팔아넘기는 수단까지 써가며 위태롭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인들로서는 이제 오랜 전쟁에 따른 고통과 함께 가뭄과 싸워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곡창지대인 아프간 서부 농지는 크게 파괴됐다.
아편 생산도 지난해만 해도 기록적이었으나 올해 들어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아킬라를 아들의 신부로 맞은 나지무딘은 가뭄으로 밀과 멜론 등 농작물이 버티지 못했고, 가축도 모두 굶어 죽었다고 탄식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가뭄으로 주민 27만5천여 명이 고향을 떠났다. 이중 헤라트에서 8만4천 명이, 바드기스에서 18만2천 명이 각각 피난처를 찾았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아프간 풍습대로 지참금을 받고 동의도 없이 딸들을 팔고 있다. 난민수용소에서 딸을 팔아넘기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그러나 나지무딘은 본인의 행동이 일종의 '자선'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마린의 가족은 먹을게 하나도 없었다"면서 "나도 궁핍하지만, 남은 금액은 앞으로 2~3년 동안 천천히 갚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 살 딸을 누군가에게 넘기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난민수용소의 한 남성도 "돈도 없고 수입도 없는데 돈을 갚거나 딸을 달라고 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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