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판사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데 이어 23일까지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 3명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 수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만 남겨놓고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련된 현직 판사들의 탄핵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채택됐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의 단장은 김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폐지안에 결정을 내리지 않고 또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대법원장이 침묵만 할 상황인가. 당장, 판사 탄핵의견을 근소한 표 차이로 통과시킨 법관회의가 전체 판사들을 대표하느냐를 둘러싼 찬반이 날마다 거세져 법원이 쪼개질 판이다. 다음 달 3일인 법관징계위원회 3차 회의를 앞두고 징계 청구대상 판사 13명의 실명까지 나왔다. 이들이 곧 탄핵소추 대상이라거나, 여기에서 가감될 것이라는 등의 추측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혼란스럽다. 대법원장이 여전히 검찰 수사를 곁눈질하면서 방어적·단계적으로 최소한의 대응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가 사법행정을 총괄토록 하자는 개혁안에 대한 결정을 주저하는 사정은 무엇인가.
김 대법원장은 너무 늦게 않게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가 지난해 9월 취임한 후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일이 여러 차례다. 지난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판사사찰 문건은 발견됐지만 조직적·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으로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었다며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등이 발견됐다. 김 대법원장이 6월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것을 제외하면 법원에서 줄기각됐다. 지난달 말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키로 했지만,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입을 빌려 이달 12일에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을 뿐이다.
김 대법원장은 침묵을 깨고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내부의 갈라진 목소리를 수습해야 한다. 사법개혁에 현실적 고충이 있다면 국민이 넉넉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개혁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탄핵소추나 특별재판부 설치를 논의하는 국회와 별개로 사법부 자체도 환골탈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납득이 돼야 국민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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