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샘물학교 맡아 10년간 800여명의 차세대에 정체성 심어줘
"이중·삼중 정체성 살려 한·중·일 아우르는 인재 육성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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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조선족은 한국과 중국 양쪽의 말과 언어에 능통한 것이 큰 장점이었는데 일본에서 나고 자란 차세대들이 현지화하다 보니 우리 말과 얼을 잃어가는 게 안타까워 주말학교를 시작했죠."
10만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재일조선족 사회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유일한 주말학교가 있다. 동경한국학교에 둥지를 튼 도쿄샘물학교로 지난 11일 창립 10년을 맞았다.
초창기부터 학교를 이끌어온 전정선(62) 교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이 이중언어 구사와 이중정체성인 것에 맞춰 학생들이 한·중·일을 아우를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언어와 문화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며 교육 방침을 밝혔다.
전 교장이 주말학교를 건립하게 된 것은 2008년 재일조선족여성회를 만들면서부터다. 대부분 유학생으로 일본에 건너와 정착한 조선족 여성들은 2세의 육아 문제와 정체성 유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아이들이 한국어·중국어 어느 쪽도 못 해 옌볜에 있는 조부모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과 중국에 대한 관심도 적은 것이 안타까웠죠. 심지어는 학교에서 일본인 행세를 하는 아이들도 생겨 이대로 둘 수 없다 싶어 여성회가 나서서 정체성을 심어주는 학교를 만들게 됐습니다."
도쿄샘물학교는 교사 12명이 유치·초등 4개 반에서 217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학부모의 자원봉사 등으로 유지되는 학교라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지역문화센터를 전전하며 수업을 진행해오다가 올 초에 동경한국학교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도쿄 신주쿠에 소재한 이 학교는 재외국민을 위한 정규학교로 샘물학교에 교실을 제공해주고 있다.
학교는 정체성 확립을 위해 중국어와 조선족 역사를 가르치고 매년 한국어 말하기대회, 일본내 한일 교류 유적 탐방, 시화전 등 다양한 문화 활동도 벌인다. 2014년부터 매년 국제홍백가요제에 샘물학교 어린이합창단을 내보내 지금까지 한차례 빼고는 모두 입상하는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전 교장은 "지금까지 이 학교를 거쳐 간 재일조선족 2세들은 800여 명에 이른다"며 "아직 사회 진출자는 거의 없지만 대학 진학 후 한국이나 중국으로 유학하려는 학생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학교 발전을 위한 우선 과제로 자체 건물 마련을 꼽았다. 건물을 빌려 쓰다 보니 더 많은 학생을 받기가 쉽지 않고 다양한 수업을 펼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떠돌던 신세를 면했지만 조선족만의 정체성 교육을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도서실과 멀티미디어 실을 갖춘 공간이 필요합니다. 10주년 행사에서 학부모와 조선족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학교 발전을 위한 장기과제로 머리를 맞대기로 했죠."
학교가 하나뿐이라 전철을 몇번씩 갈아타고 아이를 데리고 오는 학부모들도 많은 상황. 전 교장은 학교가 발전하면 도쿄뿐만 아니라 인근의 치바현, 요코하마 등에도 분교를 내고 싶다며 바람을 말했다.
그는 "졸업생이 학부모가 되어 자녀를 보내오거나 교사가 돼서 봉사하는 날이 올 때까지는 학교를 지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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