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당선인 "中·메르코수르·이스라엘에 대한 입장 재고해야"
보우소나루 당선인·경제장관 내정자와 입장 달라 논란 예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새 정부의 대외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인 진영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나친 친미(親美)·친(親) 이스라엘 자세가 중국과 아랍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중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남미지역 내에서도 거부감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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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대선 승리를 견인한 육군장성 출신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 당선인은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와 회견을 통해 중국·메르코수르·이스라엘과 관계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모우랑 당선인은 "미국과는 별개로 중국과의 우호 관계는 브라질에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메르코수르와의 약속을 철회하기 전에 회원국과 대화해야 한다며 메르코수르 경시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아랍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국제 테러를 브라질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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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 같은 발언은 보우소나루 당선인과 파울루 게지스 경제장관 내정자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 것이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논란 요인이 될 수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중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의 브라질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협력 수위를 낮추겠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을 따르지 않기를 바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브라질 경제가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리진장(李金章) 중국 대사를 만나 "중국과 협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입장 변화를 시사하면서 반중(反中) 자세는 어느 정도 누그러진 상태다.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브라질의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떠올랐다. 2009년 이래 중국의 투자액은 54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자본에 의해 이루어진 기업 인수·합병(M&A)만 56건 448억 달러다. 지난해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액은 474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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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주재 브라질 대사관 이전 문제에 대한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대사관이 어느 도시로 갈 것이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새해 1월 1일 취임하고 나면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유보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수도를 어디로 할 것인지는 그 나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만일 브라질이 지금 이스라엘에 대사관을 설치한다면 예루살렘이 될 것"이라고 말해 대사관 이전을 강행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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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이달 초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말해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고위 간부는 대사관 이전 계획을 도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중동지역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인과 아랍 세계, 무슬림을 향한 적대적인 조치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브라질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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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코수르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메르코수르의 경직된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회원국이 양자 협상을 통해 활발하게 자유무역협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우파 성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블록 창설 30년 가까운 현재까지 의미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했다. 개별 무역협상을 금지하는 규정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메르코수르의 6개월 단위 순번 의장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게지스 경제장관 내정자는 "브라질은 이데올로기적 보호주의 블록이 돼버린 메르코수르의 포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블록의 변화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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