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기관 공동연구…"미국 GDP 10%까지 영향 미칠 것"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무자비한 한파가 기록을 죄다 갈아치울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된 거냐?"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추수감사절(22일)을 전후로 미 동북부 지역에 이맘때 날씨로는 기록적인 추위가 엄습하자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평소 주장을 보란 듯이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23일 미 연방기관들이 공동으로 펴낸 '기후변화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CNN은 연방보고서가 기후변화로 초래될 엄청난 경제적 타격, 인적 피해를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이후 4천500조 원 이상의 물적 피해를 야기했고, 미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천600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13개 연방기구 팀으로 구성된 '미국 지구변화 조사 프로그램'에서 펴냈으며, 300명의 과학자와 1천여 명의 분석 인력이 동원된 방대한 작업이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환경정보센터 데이비드 이스털링 국장은 "보고서 편찬에 외부 간섭은 없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현대문명이 경험한 그 어떤 것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어느 하루, 또는 일주일 정도의 극한 기온에 의해 부인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한파가 엄습했다고 해서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가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뚜렷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섭씨 5도(화씨 9도)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내에서 매년 기후변화로 입는 경제적 피해는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 남동부 지역에서 무더위로 인해 손실을 보는 노동시간이 2100년까지 연간 5억 시간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농업에도 치명적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미 중서부의 옥수수 재배 농가는 25% 이상의 수확량 감소를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부 대두 재배 농가도 마찬가지다.
열로 인한 스트레스는 가축의 생산력을 떨어트려 향후 12년간 0.6~1.35%의 유제품 생산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난화로 인한 적조 현상은 조개 양식에 막대한 타격을 가해 2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야기할 전망이다.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충격적이다. 미 중서부만 놓고 볼 때 매년 2천 명 이상이 열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지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등도 2050년까지 지속해서 창궐하게 된다.
최근 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된 대형 산불도 매년 일어나는 일상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향후 2050년까지 지금보다 6배 이상의 산불 피해 지역이 매년 생겨날 것으로 점쳤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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