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협회 세미나서 발표…서울대·카이스트 등 참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사람의 뇌가 연산을 하고, 어떤 사실을 기억하는 등 기능을 하는 데 쓰는 전력은 20W 정도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경우 바둑을 두는 데만 170kW의 전력을 썼는데, 이와 비교하면 뇌는 8천500분의 1 정도만으로 모든 기능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최근까지도 뇌를 모방해 저전력으로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망모사 반도체'를 구현하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도 이런 신개념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소는 23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KIST와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국민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등의 대표 연구진들과 함께 연구단을 구성했다"며 "목표는 2021년까지 컴퓨터의 도움 없이 자가 학습이 가능한 신경망 모사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신경망모사 반도체 기술 개발' 과제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2021년까지 연간 20억 원씩 총 120억 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신경망모사 반도체는 기존 CPU(중앙처리장치) 기반의 계산방법에서 벗어나 뇌의 작동원리를 모방한 새로운 계산방법을 쓴다. 뇌는 뉴런(신경세포)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냅스의 연결 강도를 조절하며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는 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뉴런과 뉴런의 연결부위를 '시냅스'라고 한다.
KIST에서 개발한 신경망모사 반도체는 '뉴런'과 '시냅스' 모델을 디지털 로직으로 구현한 것이다. 8월에는 반도체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내놓았다. 'Neo²C'라는 이름의 칩은 16㎟ 면적에 1천24개의 뉴런과 19만9천680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Neo²C는 실시간, 비지도 학습이 가능하다.
이는 작년 인텔이 선보인 '로이히'(Loihi)라는 이름의 테스트용 칩과 유사하다. 로이히는 60㎟ 면적에 13만1천72개의 뉴런과 1억3천만 개의 시냅스를 갖춰, '랍스터의 뇌'보다 복잡하다고 알려졌다. 로이히는 코어 수가 128개, Neo²C는 단일코어라는 데 차이가 있다.
KIST 연구진은 앞으로 코어를 확장하고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2021년 이후에는 100만 개 뉴런과 2억 개의 시냅스를 갖는 고성능 신경망모사 반도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곽준영 KIST 선임연구원은 "인텔은 로이히를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 제공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도 개발한 칩을 국내 산업체와 대학, 연구기관 등에 제공해 이들의 연구 혁신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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