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법적, 역사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앞서 필리핀이 분쟁해역에 군대를 보내 중국을 쫓아내려 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4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전날 세미나에서 "2016년 7월에 있었던 PCA 판결에 앞서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파나타그 암초)에 소규모 해군 부대를 보내 중국을 내쫓으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필리핀 북서쪽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에 있는 스카보러 암초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지만, 중국이 2012년 4월부터 점거하고 있다.
로렌자나 장관은 "PCA 판결 1주일 전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전화해 '어떠한 도발적인 행위도 하지 말고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로렌자나 장관은 또 "PCA 판결 직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중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PCA 판결 이행(스카보러 암초에서의 퇴거)을 요구하지 않은 채 분쟁 해역에서 중국과 원유 공동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은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필리핀 방문에 맞춰 남중국해에서의 원유와 가스 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았지만, 리드뱅크가 공동탐사 대상지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양국은 또 MOU에서 원유 공동탐사가 양국의 영유권 주장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져 필리핀 내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영토주권을 포기하려는 것이냐"는 반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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