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만' 이름 출전 등 국민투표·'차이잉원 중간평가' 지방선거 동시에
'탈중국화'·차이잉원 '조기 레임덕'·아시아 첫 동성부부 허용 3대 '관전 포인트'
(타이베이·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으로 참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대만의 국민투표가 24일 시작됐다.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2018 중화민국 지방공직인원 선거'와 10개항의 국민투표가 동시에 시작됐다. 투표는 오후 4시에 끝난다.
1천900여만명의 유권자들은 1만6천여개 투표소에서 줄을 지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이날 오전 9시께 신베이(新北市)시 한 초등학교 투표소에 나왔다. 그는 "국민투표는 민주사회에서 사람들이 많은 일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선거를 통해 수도 타이베이(台北) 등 6대 직할시 시장과 시의원에서부터 최말단 행정조직의 장인 이장에 이르기까지 총 1만1천47명의 공직자가 선출된다.
아울러 올림픽 참가 명칭 변경, 민법상 동성 혼인 인정, 원자력 발전소 가동중단 법안 폐기 등 10개 항목의 국민투표도 진행된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6대 직할시장 선거 결과가 오후 8시께, 국민투표 결과가 25일 오전 2시께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올림픽 출전 명칭을 '대만'으로 변경하자는 국민투표안이 과연 통과될 것인지다.
대만은 1981년 이후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중국을 뜻하는 '차이니스'라는 꼬리표를 뗄 것인지 결정하는 이번 투표는 사실상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묻는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이런 움직임이 '변형된 독립 기도'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번 안이 통과되면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무력을 동원해 '미수복 지역'인 대만을 일거에 점령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은 대만을 '중국 압박 카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마찰도 한층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2020년 재선을 노리는 차이 총통의 정치적 운명도 좌우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여서 선명한 '탈중국화' 정책을 편 차이 총통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차이 총통이 속한 민주진보당(민진당)은 6대 직할시 가운데 4개 시장 자리를 휩쓸면서 2016년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전에서 거꾸로 중국국민당(국민당)의 가오슝(高雄) 직할시 시장 후보 한궈위(韓國瑜)의 '한류'(韓流) 열풍이 불면서 민진당이 20년간 장악해온 가오슝시를 국민당에 넘겨주는 등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만 정치 전문가들은 민진당에 불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면 조기 레임덕에 걸린 차이 총통이 정국 장악력을 잃게 되면서 2020년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가운데 민법에 동성 혼인을 보장하는 조항을 삽입할 것인지를 묻는 국민투표 항목의 통과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대만은 아시아에서 동성 결혼 허용에 가장 가까워진 나라로 평가된다.
대만 최고법원은 2017년 5월 동성 결혼을 금지한 대만 민법의 혼인 규정을 위헌 결정하면서 2년 내 관련 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민진당과 국민당 양당은 마지막 선거운동일인 전날 밤 전국적으로 대규모 야외 유세전을 벌이면서 유권자들에게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최대 격전지로 손꼽히는 가오슝시에서 천치마이(陳其邁) 민진당 후보와 한궈위 국민당 후보가 각각 22만명과 15만명이 모인 가운데 유세전에 나서는 등 대만 주요 도시에서 수십만명의 인파가 지지 후보 유세장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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