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81년 이래 최대 적설량…도심 도로 곳곳 '마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에 기록적인 첫눈이 내린 24일 도심 곳곳이 흰 눈으로 뒤덮이며 '겨울왕국'이 됐다. 이날 새벽 내리기 시작한 눈은 오전 10시께 8.8㎝의 적설량을 기록하며 멈췄다.
도로와 골목 곳곳에 눈이 쌓이면서 어린 자녀를 둔 시민이나 연인들은 놀이터나 공원으로 나와 첫눈을 만끽했다. 큰 도로에 쌓인 눈은 많이 녹았지만, 광화문광장 등 공터와 건물 옥상에 오후에도 눈이 쌓여 있었다.
회사원 강 모(37) 씨는 "4살배기 아들이 눈 왔다고 정말 좋아해서 같이 놀이터에 나가 눈사람을 만들었다"며 "나는 추워서 집에 있고 싶은데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고 웃었다.
직장인 이 모(30) 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보고 새벽에 엘사(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인공)가 온줄 알았다"며 "이동하기는 불편하지만, 첫눈이 많이 와서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함박눈이 내리면서 도로 곳곳에는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들로 혼잡이 빚어졌다. 평소 차로 10분 거리인 서울대입구역~상도역 구간이 40분가량 걸릴 정도였다.
오르막 도로에서는 바퀴가 겉돌면서 힘겹게 차들이 올라갔고, 내리막 도로에서는 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약 시속 5㎞로 서행했다.
제설차는 분주히 도로 위에 염화칼슘을 분사하며 쌓인 눈을 녹이려 애쓰고 있었다.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는 후진 중이던 차가 미끄러져 주택의 외벽을 들이받았다. 오전 9시 30분께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내리막 도로에서는 차 1대가 미끄러져 앞차를 들이받았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ohj***'는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 부근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도로가 완전히 주차장"이라며 "평소 15분 거리를 1시간 반 걸려 왔다"고 썼다.
예고 없이 찾아온 '눈 폭탄'을 반기지 않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이 모(26) 씨는 "자취를 하는데 첫눈부터 이렇게 많이 올 줄 모르고 본가에서 겨울 신발을 안 가져왔다"며 "발이 정말 시리고 다시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부 고 모(57) 씨는 "배추와 양념 등 김장 재료들을 가지고 집으로 오는 길이 미끄러워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약속을 취소하거나 예정보다 이른 시간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야외 데이트를 생각했던 연인들은 실내 데이트로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직장인 김 모(31) 씨는 "먼 곳에 결혼식이 잡혀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많이 와 예상보다 늦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지하철을 탔을 텐데 택시에서 꼼짝없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많이 늦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모(25) 씨는 "오늘 오후 1시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이 있는데 고사장까지 거리가 멀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좀 늦어질까 봐 걱정"이라며 "원래는 12시쯤 출발하려고 했는데 30분 정도 일찍 출발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박씨는 "원래 오늘 오후 6시부턴 축구시합을 할 예정이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취소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눈이 녹지 않으면 축구를 못 할 것"이라며 "일주일 전 축구장을 예약했는데 그때는 이렇게 첫눈이 오리라고 생각 못 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생 정 모(24) 씨는 "여자친구와 마포구 합정동이나 망원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예쁜 카페 등에 가보려고 했는데 눈이 와서 계획을 바꿨다"며 "영화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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