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100% 연동형 부정적…슬그머니 '절충형 비례대표제'?
한국 "의원정수 조정 논의부터"…일각선 중대선거구 도입 주장도
바른미래·평화·정의 "온전한 연동형 비례제"…3당 공조의 '힘'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고상민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셈법 때문에 모처럼 맞은 호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여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정치권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으로 흐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제도에서) 비례성이 약화하는 것을 보정하는 방안으로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 100% 비례대표를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만찬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현재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다수확보해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비례의석을 통해 직능대표나 전문가들을 영입할 기회를 민주당이 갖기 어려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했다.
현행 비례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이른바 '절충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20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공학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동형 비례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비례제 연동비율을 100% 아래로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한 선거제 개편 논의에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제1야당이자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국민 대표성 강화와 비례성 확대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면서도 의원정수가 현 300명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선거제 개편 논의의 순서가 '선(先) 의원정수 확정, 후(後) 선거제 개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국당도 선거제 개편 논의에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게 의석을 대폭 늘려서 비례성만을 강화한 모습은 안 된다"며 "의석을 확대하면서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문제는 아니라 본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 중론인 점을 고려할 때 한국당의 의원정수 유지·축소 방침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 의지가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려면 중대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영남 지역을 '텃밭'으로 둔 한국당으로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면 지역구 의원 숫자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주당과 한국당 같은 거대 정당보다 원내 의석수는 적지만 정당득표율이 높은 정당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제1·2당의 머뭇거리는 모습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3당 연대'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은 연동비율을 100%로 하는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앞세운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절충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변칙이라는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맞물려 있는 '의원정수' 쟁점에 대해서도 3당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3당 공히 정수를 늘리는 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정치 전문가와 학자들은 그러나, 한국사회의 경제 크기와 복잡다기한 사회의제의 해결 필요를 감안할 때 의원 수를 늘려야 하며, '일하는' 국회의원과 '입법하는' 국회를 강제하는 제도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의원정수나 비례대표 의원 숫자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연하게 대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에 동참하지 않으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도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 투표, 즉 정당의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가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한국 정치의 대표성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정당 득표율에 맞춰 각 정당에 전체 의석수를 나눈 다음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하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고, 모자라지 않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채워주지 않는 방식이다.
지난 총선을 기준으로 본다면, 현행 선거제는 단순다수 1인 독식의 소선거구 직선제와, 단지 47석만을 정당득표율 대로 나누어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를 혼합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의 '군주'라고도 불리는 정당의 지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즉 '민심 안 그대로' 선거제도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한국민주주의가 1987년에 기원하는 이른바 '87체제'를 넘어서 한단계 도약하려면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 다시 말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대 국회 후반기를 책임 진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사무총장이 선거제 개혁을 역사적 책무로 인식하고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이며, 그래야만 시민사회에 조응하는 정치사회 구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양당이 지금 누리는 높은 정당지지율을 고정불변으로 보고 시대적 대의를 저버린 채 당리당략에만 이끌려 개혁에 눈 감는다면 시민사회의 정치적 균열을 반영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같은 작금의 정치사회 구성은 재현될 것이며, 또다시 한국의회정치는 대화와 타협 대신 배제와 대치만의 악순환을 거듭할 소지가 크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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