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잊은 예산심사에도 법정시한 준수 난망

입력 2018-11-25 05:00  

휴일 잊은 예산심사에도 법정시한 준수 난망
예산소위 기간 짧고 쟁점 산적…'소소위' 논의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감액·증액 심사를 맡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꾸려져 여야가 '벼락치기 심사'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2일 가동되기 시작한 예산소위는 휴일인 25일까지 나흘 연속 회의를 열고 예산 심의를 하고 있으며, 전날까지 사흘간 총 16개의 국회 상임위 중 7개 상임위 소관 부처의 1차 감액 심사를 마쳤다.
하지만 예산소위가 너무 늦게 구성된 데다, 내년도 예산 규모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가까이 늘어난 470.5조원에 달하고, 일자리 예산·남북협력기금·공무원 증원 등 쟁점이 수두룩해 불과 한 주 남은 법정시한 준수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 쟁점 예산 끝장토론 대신 대거 보류…'소소위'로 넘겨
전날까지 사흘간의 예산소위 심사 내용을 보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사업들은 합의가 될 때까지 논의하기보다, 여야 교섭단체 예결위 간사들끼리만 별도로 논의하는 '소(小)소위'로 대부분 넘겨졌다.
최대 쟁점 중 하나인 통일부의 대북협력기금 심사는 손도 못 댔다. 한국당이 '비공개 사업 내역에 대한 통일부의 보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깜깜이 예산으로 보고 전액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고, 결국 통일부 예산안 심의가 통째로 보류됐다.
또,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 예산심사도 일괄 논의를 위해 소소위로 넘겨지는 등 쟁점 예산은 모조리 소소위 논의로 미뤄둔 모양새다.
과거에도 여야는 법정시한을 코앞에 두고 심사 속도를 높이고자 관례로 소소위를 구성해 쟁점 예산을 논의해 왔다.
회의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고 속기록도 없는 소소위에서는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던 쟁점 예산들이 일괄 타결될 가능성이 있지만, 법적 근거도 없는 소소위에서 '밀실 회의'를 거쳐 예산을 만지는 게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어려울 듯
올해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이 일요일이라 이달 30일에 본회의가 잡혀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빠듯하다.
이 때문에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기는 이미 불가능하다는 말이 예결위 내부에서도 나온다.
예산소위가 예정대로 이번 주 초 감액 심사를 마무리한다 해도, 정부 동의가 필요해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증액 심사가 남아 있는 데다, 올해는 유독 여야 대립이 극심한 쟁점 예산이 많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이 발효된 2014년부터 국회 예산심사는 예산안 자동부의제도 적용을 받고 있다. 예결위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12월 1일)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이다.
예산안을 두고 법정시한까지 여야가 어떤 항목을 깎고 어떤 항목을 증액할지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그대로 상정된다는 이야기다.
예결위는 법정시한 준수를 위해 휴일에도 심야까지 예산소위를 '풀가동'하며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소위 심사 일수가 워낙 짧아서 '졸속·날림 심사'가 이뤄질 거란 우려가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 개편 논의와 예산안 처리를 연계할 움직임까지 보여, 법정시한이 다가올수록 극심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여야는 자동부의제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외에는 모두 심사기한을 넘겼다.
2015년과 2016년에는 12월 3일 새벽에 예산안이 통과됐고, 지난해에는 12월 6일 새벽에 예산안이 처리됐다.



◇ 지역민원 쪽지예산 사라질까…"이미 다 전달" 분석도
정부가 470.5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감액 및 증액 규모도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돼,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삭감된 금액을 넘지 않는 선에서 증액하게 되는데, 야당은 올해 삭감 목표액을 지난 5년래 최대 규모인 5조원 이상으로 정한 상태다. 이것이 관철된다면 의원들로서는 증액 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을 더 챙길 여지가 커진다.
이와 맞물려 예산소위 최종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지역사업이 편입되는 이른바 '쪽지 예산' 관행이 재현될지도 관심거리다.
최근에는 민원 전달에 '쪽지' 대신 스마트폰을 활용한다고 해서 '카카오톡 예산', '문자예산'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예산 시즌을 맞아 예결위 여야 간사들과 예산소위 위원들에게는 동료 의원들을 비롯해 고위 공무원, 각 분야 인사들의 방문 요청과 전화, 문자, 카톡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원칙적으로 상임위에서 올라오지 않은 예산이나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없었던 예산은 증액 심사에서 다룰 수 없게 돼 있어서, 이전보다 심의 과정이 한층 투명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여전하다.
예산 심의의 최종 관문이나 마찬가지인 예산소위에 막강한 권한이 실린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한 상황에서 심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자정 노력을 하더라도 음성적 관행을 100%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논리에서다.
국회 관계자는 "드러나는 쪽지예산이 없어진 것일 뿐, 민원성 예산은 상임위 단계에서 일찌감치 다 반영돼 예결위로 올라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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