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환경 안착후 '리뷰 경쟁' 부작용…업주들 "홍보수단 사라져" 푸념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배달 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이 내년 1월부터 일부 업소에 주던 일종의 인증인 '우수업소'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2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우수업소 선정과 앱 내 노출이 다음 달 31일로 종료된다"는 내용을 최근 등록된 점주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업소 추천 제도'는 주문 수, 주문 취소율, 리뷰, 평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높은 이용자 만족도를 유지하는 업소에 부여하는 일종의 인증이다.
우수업소는 배달의민족 앱에 등록된 전체 업소 가운데 상위 1% 미만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선정 업체에는 앱 내 화면에서 우수업소임을 알리는 별도의 표시가 달린다.
이런 우수업소 인증은 업소들에 중요한 홍보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치킨과 피자'로 통칭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수가 늘어나고,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주문이 일상화돼 배달 앱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인증을 받는 것이 해당 업소를 차별화하는 '훈장'처럼 여겨지면서다.
이런 인증을 도입한 데에는 초기에 모바일 결제를 유도하려는 취지도 있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우수업소 제도가 도입된 2014년은 전화 위주 배달 주문이 모바일로 넘어가던 시기"라며 "초창기 모바일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업소들에 동기 부여를 하고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년 정도 운영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거의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업소가 모바일 결제에 익숙해졌고, 자발적으로 취소율과 리뷰를 잘 관리하는 등 등록 업소가 상향 평준화됐다"며 "상위 1%에만 '우수업소'라는 명패를 주기에는 이미 모든 업소가 그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수업소라는 타이틀 자체가 큰 홍보 효과를 지니다 보니, 이를 받아내기 위해 과잉경쟁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수업소가 되려고 주문 수를 조작하거나, 리뷰를 전문 업체에 맡겨 조작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만족스러운 리뷰 건수를 늘리기 위해 "음식 배송 전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해주면 서비스 메뉴를 준다"는 식으로 유도하는 업소까지 등장하는 등 일부 폐해도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음식을 평가하는 리뷰 제도의 근간을 거스르는 행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리뷰 조작 등 심각한 공정경쟁 저해 행위는 발견하는 대로 즉각 처벌했지만, 선량하게 사업을 이어가는 업소들에는 간접적으로나마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며 "우수업소 제도의 초반 의도가 무색해지고, 어뷰징의 대상까지 됐다. 이젠 환경 변화에 맞춰 제도를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외식업계에서는 과도한 '리뷰 경쟁'을 유발하던 우수업소 제도 폐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소별 차별화를 꾀하던 수단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면서 앱 내 상위에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입찰제 '슈퍼리스트'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눈에 띄어야 주문을 받을 수 있는 배달 앱 생태계에서 '돈이 들어가지 않는' 홍보수단 하나가 사라졌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업주들의 숨은 노력이 온전히 인정받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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