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인프라 등 돈 드는 정책은 오히려 몰아붙여 '혼선'
WP "트럼프, 연방정부 예산 상세히 몰라…합참의장 연봉 묻자 '500만불'"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에 나서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자 폭 확대를 초래할 정책을 추진하면서 참모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최근 미 정부 당국자들이 연방 정부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지출을 줄이는 대략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국가채무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거의 2조 달러(한화 2천258조원)가 늘어 21조7천억 달러(2경4천50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재정적자를 줄일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적자 감축을 요구하면서도 실제로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면서 참모들의 손발을 묶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정부 부처에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나서 거의 곧바로 군을 비롯한 일부 부처를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산층 10% 감세, 사회기반시설의 대규모 확충,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 등 재정적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이전에는 재정적자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는 게 전현직 측근들의 증언이라고 WP는 설명했다.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실무진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재정적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자 "그럴 필요 없다. 대통령은 재정적자에 관심이 없다"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 전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돈을 좀 더 찍어내라'고 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농담 같이 들렸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았다고 전직 고위 당국자가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백악관 행사에서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다가 연방 정부 예산의 상세 내역과 관련해서는 그다지 정통하지 않은 모습을 종종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TV를 보다가 합참의장의 연봉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자 500만 달러(56억원)쯤 되지 않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켈리 실장은 깜짝 놀라 20만 달러(2억여원)도 안된다고 말해줬다는 게 켈리 실장에게서 얘기를 들은 이들의 증언이다.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 보니 재무부는 올해 1년 전의 갑절 이상인 1조3천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 인상 전망으로 인한 부담도 상당하다.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 의료보장제 운용에 드는 4천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곧 이자 지급에 쓰게 될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WP는 "보통 경제성장기에는 재정적자가 줄어드는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런 식으로 확대되는 건 이례적"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도 경제 위기의 여파로 매년 1조 달러대에 달하다가 임기 마지막 해에는 5천87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익명의 전현직 백악관 및 의회 관계자 10명에게 취재해 이같은 보도를 했으며 백악관은 거듭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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