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삼바 논쟁] ②이재용 경영권 승계 주춧돌 역할한 삼바

입력 2018-11-28 08:00  

[커지는 삼바 논쟁] ②이재용 경영권 승계 주춧돌 역할한 삼바
이건희 회장 쓰러지자 승계 시급 필요…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 고평가 의혹
삼바 분식회계 확정시 합병, 승계 정당성까지 "흔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사태가 28일 삼성의 행정소송 제기로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삼성바이오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가도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 합병 자체는 물론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까지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1년 설립됐다.
당시 회사는 이건희 회장이 미래 새로운 먹거리로 꼽은 '5대 신수종 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5년부터는 사업 자체보다 승계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역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2015년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진행된 해였다.
합병 추진 전후를 살펴보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급부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권 확보와 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재계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에서 삼성바이오는 중요 변수였다.
두 기업의 합병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로 정해졌는데,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고평가 받은 배경엔 삼성바이오가 있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약 2조원의 이익을 내는 우량회사로 평가받았다. 이는 바로 최근 금융당국이 '고의성'을 인정한 문제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발생한 지점이기도 하다.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주주에게 유리하게 책정되면서 이 부회장이 이득을 봤다. 당시 그는 삼성물산 지분은 전혀 없었지만 제일모직 지분은 23.2% 보유했다.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꿔주는 합병 비율 아래, 이 부회장은 합병 과정을 거쳐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분율 16.5%)에 올랐다.
삼성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승계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계에 유리하도록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에도 삼성바이오의 역할론은 계속 제기됐다.
합병으로 두 회사가 합쳐진 통합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을, 이 부회장이 향후 승계 작업에서 '실탄'으로 활용할 것이란 시나리오였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지분은 43.44%다. 삼성바이오의 거래정지 직전 주가 33만4천500원을 적용한다면 그 지분 가치는 9조6천억원에 이른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지분 등을 활용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일부를 확보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핵심은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생명이 조만간 금산분리 차원에서 처분해야 할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지분을 활용해 매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이다.
현재 여권은 이른바 '3% 룰'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추진 중이다.
이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치 기준으로 보유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게 하자는 게 골자다.
현재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92%다. 따라서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4.92%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 지분을 활용하는 것이 그룹의 금산분리 숙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삼성전자 지분을 그룹 내에서 소화해 삼성전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사수하는 데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봤다.
이런 맥락 때문에 삼성바이오의 지분가치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어느 수준으로 재평가될지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현재 투자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까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지면 주식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심사 연장으로 매매거래 정지 기간이 오래 지속하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이 회사의 향후 수주와 사업 동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검찰 수사가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금융위 검찰 고발로 시작된 이번 수사와 관련,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넘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이 부회장의 승계과정 연관성에 대한 수사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경율 회계사는 통화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는 별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판정이 나머지 승계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당장은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대법원 판결 영향 가능성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1·2심에서 증거로 다뤄진 사실관계 외에 새로 추가되는 증거를 조사할 수 없는 법률심인 만큼 직접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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