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은 한없이 포용하는 배우…서강준·이솜 정말 예뻐"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해바라기' 속 김정은 선배님 사진을 보면서 아예 삭발해볼까도 생각했었으니 이 정도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았죠. 적어도 저한테는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제3의 매력'에서 백주란 역을 맡아 후반부 과감한 짧은 머리(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배우 이윤지(34)는 작품 속 초반 모습처럼 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워낙 짧은 머리를 좋아해서 그동안에도 일만 있으면 늘 자르려 했는데 이번에 좋은 계기가 됐다"며 "최종적으로 제가 정착할 머리가 아닐까 싶다"고 웃었다.
작은 얼굴에 큰 눈, 코, 입이 가득 찬 그는 15년 차 배우임에도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 카메라 앞에서 도망갈 곳이 없어져 부끄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가 눈이 크잖아요. '창문'이 크다 보니까 감정을 숨길만 한 곳이 없어요. 그래서 성격이 더 밝아진 걸지도 모르겠어요. 가뜩이나 그런데 머리까지 이렇게 잘라버리니 치장을 아예 다 걷어낸 느낌이고, 마치 손발을 숨길 수 없는 무대 위에 있는 것처럼 연기하게 되더라고요. 긴 머리의 도움을 전혀 못 받는 여배우라니. 그런데 이럴 때 아예 날 것의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단 욕심도 들어요."
이윤지가 이번에 연기한 백주란은 그저 코믹하고 발랄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암 선고를 받으면서 깊은 감정 연기를 필요로 했다.
이윤지는 "처음부터 주란이 아플 것과, 수재(양동근 분)와 사랑하게 될 것을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초반에 일부러 좀 더 발랄하게 연기했다. 뒷부분에 더 극적으로 보였으면 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면서도 후반부를 예고하는 저만의 시그널들을 연기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양동근에 대해서는 "한없이 포용해주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걱정도 좀 했어요. 양동근이란 배우의 색깔이 워낙 진하고, 그의 역할도 그럴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윤지의 주란이 빨강, 노랑, 파랑 같은 원색이라면 양동근의 수재는 무채색 느낌이라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했죠. 게다가 두 사람이 10회에야 만났잖아요. 초조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동근 오빠는 제가 어떻게 연기하든 받아줄 준비가 돼 있으셨어요. 수재가 자기의 아픔을 담담히 얘기할 때, 제 삶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죠. 마냥 투정 부려도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웃음)"
이윤지는 초반 늘 붙어있었던 영재 역의 이솜에 대해서도 "정말 의지를 많이 했다"며 "극 중 3분의 2는 영재와 보냈기 때문에 영재와의 관계를 쌓는 데 공을 더 많이 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솜과 서강준, 두 배우가 초반에 서사와 감정을 잘 쌓아서 뒷심도 잘 발휘됐다고 생각한다. 두 배우가 정말 예뻐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3의 매력'에 대해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매력, 제3의 상황에서 발견되는 그 사람의 참모습인 것 같다"며 "이 작품 역시 인생의 각 단계를 거쳐 나중에 다시 보면 느끼는 게 또 달라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03년 데뷔한 이윤지는 많은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으며 2014년 10년 교제한 남편과 결혼했고, 이듬해 딸을 낳았다.
그는 "결혼, 출산 후 나를 포함해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다. 배우로서 좋은 부분이다. 물론 이해심이 깊어진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딸도 처음 인생을 살지만, 저 역시 처음 엄마로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커가는 느낌이다. 딸이 정말 예쁘다"며 웃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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