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검토

입력 2018-11-27 15:15  

검찰 '사법농단'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검토
"실무진과 진술 다르다"…서너 차례 조사서 혐의 전면 부인
'블랙리스트' 추가제출 요구…전직 대법관 사법처리 확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박초롱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두 전직 대법관이 각각 받는 혐의가 무거운 데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주 안에 두 전직 대법관 조사를 마무리하고 진술 내용을 분석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전 대법관은 19~25일 사이 네 차례 검찰에 출석했고, 고 전 대법관은 23~24일에 이어 이날 세 번째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이미 구속기소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실무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두 전직 대법관 진술 중 실무진과 서로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면서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 등 재판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수집 ▲ 법관사찰 ▲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후임으로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고 전 대법관은 ▲ 부산 법조비리 재판개입 ▲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개입 ▲ '정운호 게이트' 등 수사기밀 불법수집 ▲ 법관사찰 등 의혹에 연루돼 있다. 법원행정처장을 맡기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송을 정부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심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 여부에 따라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 시기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가 다음달 중순께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중간책임자'로 꼽히는 임 전 차장과 전직 법원행정처장들로부터 재판개입 등 위법한 구상이 담긴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4일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44개 범죄사실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여기에 검찰이 최근 확보한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을 토대로 수사망을 넓히고 있어 사법처리되는 전직 대법관의 숫자와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최근 2013년 이전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을 임의제출해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했다. 법원행정처가 해마다 이 문건을 만들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 양 전 대법원장의 결재를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이 2013년 이전에도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해당 문건과 함께 전·현직 판사 50여명의 인사자료도 함께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거에도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이 작성·실행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64) 전 대법관도 다시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을 지연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로 이미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또 2014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옛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인복(62) 전 대법관 역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법관은 검찰의 두 차례 출석 요청을 거부했다. 그는 아직 참고인 신분이지만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이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판사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면서 고의로 숨겼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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