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이대론 내년부터 자본잠식…6조원 투입 필요"(종합)

입력 2018-11-27 19:59   수정 2018-11-2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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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이대론 내년부터 자본잠식…6조원 투입 필요"(종합)
회계법인 실사보고서…산은, 강력한 인적쇄신·자구방안 강조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현대상선[011200]이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관계기관에 이 같은 현대상선 경영 실사보고서를 제출했다.
경영 실사 결과 현대상선 부채는 올해 2조5천490억원, 2019년 3조3천207억원에서 2020년 5조2천171억원으로 급증한다. 이어 2021년 6조2천304억원, 2022년 6조6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3조262억원인 자산은 내년부터 부채 규모에 못 미친다. 결국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되는 것이다.
2022년까지 현대상선의 자금 부족은 최대 6조3천723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실사 결과만 놓고 보면 현대상선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정부는 한진해운에 이어 현대상선까지 파산할 경우 원양 국적선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을 우려해 지난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토대로 경영실사를 거쳐 일단 영구채 발행을 포함한 1조원 규모의 지원을 최근 결정했다.
이를 포함해 총 6조원에 달하는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현대상선은 국내 3대 조선사에 발주한 20척의 초대형 컨터네이너선을 활용,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세계 10위권 원양 선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당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기불황과 치열한 경쟁, 환경규제 등으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해운업과 조선업을 함께 살리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와 산은을 통해 현대상선에 세금을 투입하고, 이 돈으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에 배를 발주하고, 이 배로 운임 단가를 낮춰 수주를 늘리면 조선업과 해운업이 함께 살아난다는 논리다.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고 나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해양수산부와 해양진흥공사, 금융위원회와 산은의 의견을 토대로 현대상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해양진흥공사와 산은 등 구조조정 실무진에 대한 면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다만 이런 계획이 실현되려면 자금 투입뿐 아니라 현대상선의 영업력 확보와 강력한 자구방안, 도덕적 해이 방지, 바닥에 떨어진 해외 영업력 재건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 정상화와 관련해 "자본 투자만 한다고 자동으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며 "자본 투자로 필요조건을 갖추지만, 충분조건은 경영혁신을 이루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실적이 나쁘면 직원을 해고하는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할 것이다. 안일한 임직원은 즉시즉시 퇴출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으며, 이는 3연임한 유창근 사장과 이 회사 임직원들의 '방만함'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현대상선은 컨설팅회사 AT커니의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성과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 영업력·화물 적취율 제고 등 고강도 경영혁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해양진흥공사와 산은이 전했다.
산은은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경쟁력 제고 방안 이행에 관한 양해각서(MOU) 체결, 경영관리단 파견 등을 통해 고강도 경영혁신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경쟁력 제고 방안이 실행되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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