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26일(현지시간) 대규모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A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GM은 내년 말까지 미국 오하이오, 미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자동차 조립공장 3곳과 메릴랜드, 미시간주 변속기 공장 2곳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해외 공장 2곳도 폐쇄한다고 했으나 어디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 구조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GM 파산 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GM 북미 지역 근로자의 15% 정도인 1만4천∼1만5천명이 감원 대상이어서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인기 없는 비수익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고 그 돈으로 미래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쪽으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기하강을 우려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가 잘 나가는 상황에서 미래투자를 위해 선제적으로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GM은 실제로 구조조정으로 절감이 예상되는 비용 60억 달러(약 6조7천700억원)를 자율주행차 등 미래 차 기술투자에 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렇다고 GM 구조조정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모든 법적 조치와 단체교섭권 등을 통해 맞설 것"이라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정치적 이해가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GM 비판에 나섰다. 구조조정 대상 공장들이 다음 대선에서 승부처로 꼽히는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GM이)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해야 하고, 가동 중단 계획의 공장을 대신할 새로운 공장을 오하이오에 열어야 한다고 배라 CEO에게 말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GM이 노조의 이런 반발이나 대통령 재선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산업변화 흐름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한때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GM이라도 미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 위기까지 갔던 터라 냉엄한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 GM이 2014년 이후 유럽과 호주, 태국, 러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사업을 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대규모 구조조정과 미래차 기술투자로 선제대응하기로 한 것도 그러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도 GM 구조조정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비수익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안타깝다. 우리가 자동차 강국으로서 면모를 다시 찾으려면 완성차 업체 노사의 냉철한 현실 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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