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은 신화일뿐…지식·관계·시간 조화로 사회건강 달성 가능"
줄리아 홉스봄 교수 OECD 세계포럼서 기조연설
(송도=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사회건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1초에 1천조 번 연산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조차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줄리아 홉스봄 영국 런던 카스 경영대학원 명예 객원 교수는 27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 '디지털화의 전망과 적응'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건강을 정의했다.
홉스봄 교수는 '과부하 시대의 생존과 번영'의 저자이자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의 딸이기도 하다.
그는 '사회건강'이라는 이론을 토대로 디지털 세상에서 인간이 더 잘 살아남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은 디지털 바다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정의했다. '정보의 비만' 속에서 우리의 실제적인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50', '168', '1'과 같은 숫자를 제시하며 이를 설명했다.
150은 인류학적으로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 숫자이다. 168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변할 수 없는 1주 168시간을 나타낸다. 1은 단 하나뿐인 목숨을 의미한다.
그는 "멀티태스킹은 신화"라며 "168시간 중 실제 일하는 시간은 56시간뿐으로, 하루에 메일을 80통 이상씩 보내며 집중력은 흐려지고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고통받고 있다"고 봤다.
홉스봄 교수는 "스트레스는 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 비현실적 기대, 괴롭힘 등 인류가 늘 가진 문제가 원인이지 기술이 탓이 아니다"라며 "명상, 마음 챙김과 같은 적극적인 웰빙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사회건강을 도모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이어 "우리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대한 기능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연결고리보다는 저녁 시간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마주 보고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회건강을 달성할 수 있는 요소로 매듭(KNOT)을 제안했다. KNOT는 지식(knowledge), 관계(network), 시간(time)에서 따온 말이다.
홉스봄 교수는 "다양한 정보 중 신뢰를 할 수 있는 지식을 통해 타인과의 적절한 커뮤니티를 구축해 적정한 시간에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가 이 KNO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화재 위험 정보는 있었지만 관료주의 때문에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았으며, 담당자와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었다. 이에 따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반면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州) 탐루엉 동굴에서 실종된 13명의 소년과 코치가 구조되는 과정은 이 세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사회건강이 달성된 사례라고 소개했다.
홉스봄 교수는 "지식과 관계, 시간이 좀 더 잘 맞아 떨어질 수 있는 방식을 측정하며 평가해야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며 "우리는 연결을 끊을 수는 없지만 속도는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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