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명문대보다 엘리트부대가 인기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주변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였고 인구는 800만명에 불과하다. 국토 면적은 우리 영남 지역 수준인데 대부분 황무지이기까지 하다.
이런 사정만 보면 1948년 건국한 이 나라에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현재 이 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에 육박해가고, 주변국들과 치른 크고 작은 전쟁에서 잇따라 이겨왔으며, 생각보다 많은 미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강소국의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이다.
신간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메디치미디어 펴냄)'은 이스라엘이 이처럼 주변 아랍국가의 3.8%에 불과한 인구에도 굳건하게 생존을 이어오면서 고속 성장까지 함께 이룬 과정을 자세히 짚어본다.
언론인인 저자가 보는 이스라엘 성공 비결은 '강군 전략'이다. 예루살렘 특파원 시절 직접 현장을 찾아가고 관계자를 인터뷰한 결과 얻은 결론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건국 이후 언제나 전쟁 위협에 시달려온 한국이 이러한 이스라엘의 국가 전략을 본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는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한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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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은 전체 병력이 18만명에 불과한데, 군과 군 경력을 우대하는 이 나라에서도 의외로 병역 거부 현상은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종교적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이 계속되는 것처럼 이스라엘 역시 종교적인 문제가 병역 거부의 이유다.
원리주의 유대인인 '하레디'는 사실상 직업이 경전 읽기와 해석이고 신앙생활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그래서 정부에 병역 면제를 요구하지만, 하레디가 아닌 국민은 이들이 세금도 안 내는데 병역 의무까지 회피한다면 안 된다고 맞서 갈등이 오랫동안 계속돼왔다.
인구의 12% 정도를 차지하는 하레디는 정당과 이익단체까지 결성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레디 정당은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20석 안팎을 꾸준히 유지해 무시할 수 없는 정파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의회는 하레디를 징집 대상에 넣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레디는 극렬히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했지만 기각됐다. 문제는 그렇다고 하레디가 군대에 가는 게 아니라 '병역 거부자'로 전락한다는 데 있었다.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아예 발상을 바꿔 일과시간에도 '경전'을 공부할 수 있고 원리주의적 식습관을 지켜주는 '하레디 부대'를 창설했다. 하레디 부대 입대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하레디 집단에서도 군을 바라보는 시각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군 혁신은 이처럼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특히 병력 자원의 특기와 특성에 맞는 부대 운영이 돋보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컨대 인공위성 영상 분석을 전담하는 '9900부대'는 자폐증 병사로 채워져 있다. 일반인은 도저히 못 찾는 미묘한 차이도 식별해내는 자폐증 환자들의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부대다.
2013년 시행된 자폐 환자 자원입대 제도는 만성적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이스라엘군과 자폐 가정 양쪽 모두에 득이 되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사막에 최적화된 베두인(사막 유목민) 1천500명 정도로만 구성된 정찰 부대를 운영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04년 창설된 혼성 전투부대 '카라칼'은 용맹한 이스라엘 여군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사막 행군 시 조금 먼 곳으로 가서 천으로 가린 채 소변을 보도록 하는 것 외에는 여성이라고 다른 대우를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스라엘 역시 전체 병력의 35% 정도인 여군이 대부분 비전투 병과에 배치됐지만, 전투병 자원 비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첩보부대인 '8200부대'는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인터넷 보안업체인 '포트스케일' 창업자 이단 텐들러와 '체크포인트' 창업자 길 슈웨드, 웹사이트 및 모바일 웹 제작사인 '윅스' 창업자 아비쉐이 아브라히미의 공통점은 모두 유대인이면서 8200부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국가 안보를 최전선에서 다루는 업무 특성상 최고의 인재가 모이도록 최고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스타트업 창업 지원도 한다. 명문대보다 8200부대를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노석조 지음. 332쪽. 1만7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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