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감사원장 "러 경제 심각한 장기 정체 국면 빠져"

입력 2018-11-27 21:34  

러시아 감사원장 "러 경제 심각한 장기 정체 국면 빠져"
러 최고 경제전문가 쿠드린 진단…"석유 대신 다른 성장동력 찾아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내 최고 경제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통하는 알렉세이 쿠드린 감사원장이 러시아 경제가 심각한 정체 국면에 빠졌다고 27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 예산·재정 운용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감사원 수장인 쿠드린 원장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경제 관련 포럼에 참석해 러시아 경제가 장기간의 심각한 저성장기를 겪고 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쿠드린은 "우리는 최근 10년간 약 1%대의 경제 성장률 속에 살고 있다. 러시아 역사에서 우리가 10년 동안이나 이렇게 낮은 성장률 속에서 지낸 적은 2차 대전 이후엔 없었다"면서 "우리는 심각한 정체 구멍(stagnation hole)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유가가 2배로 올랐지만, 성장률 저하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그동안 러시아 경제 성장의 추진동력이었던 석유 대신 다른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3기(2012~2018년)가 시작되던 2012년에 새로운 경제 모델 창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쿠드린은 올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을 정부의 공식 전망치보다 낮은 1.6% 정도로 내다봤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1.8%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쿠드린 원장은 포럼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이처럼 긴 기간 동안 이렇게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면서 "예외는 소련 해체 이후 계획 경제 붕괴와 유가 하락으로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하락한 1990~1998년 때뿐"이라고 상기시켰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성장동력을 잃어가던 러시아 경제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의 GDP는 지난 2015년 마이너스 2.8%, 2016년 마이너스 0.2%의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3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1.5%)으로 돌아섰지만 향후 몇 년 동안은 2%대 이상의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2000년대 초중반 고도 성장기에 현저히 줄어들었던 러시아의 빈곤 인구는 최근 3~4년 동안의 경제난으로 다시 늘어나 현재 1억4천만 명 인구 가운데 약 2천만 명이 월 소득 180 달러(약 19만 원) 이하의 빈곤층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첨단산업 개발과 현대화된 인프라 구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지만 석유·가스 수출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23%, 재정수입의 36%(2016년 기준)를 차지하는 자원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현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개혁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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