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릴런드 '나이 드는 맛'이 들려주는 노년행복비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2천 년 전, 스토아학파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노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든 모르든 즐거움이 가득 넘치기 때문이다'고. 과연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런 즐거움과 행복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미국의 중견 언론인 존 릴런드(59·'뉴욕 타임스' 기자)는 저서 '나이 드는 맛'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다면 노인처럼 생각하며 살라"고 조언한다. 흔한 얘기로 '꼰대' 아닌 '어른'으로 아름답고 풍요롭게 나이 들어갈 때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인생은 추락하기 전, 천천히 아래를 향해 내려올 때가 가장 즐겁다. 그 마지막 끝자락에 서 있는 시간에도 그 나름의 기쁨이 있다"는 세네카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은 초고령 사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7%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도 올해 현재 14%에 이르며 그 비율은 해마다 높아간다. 우리나라 평균기대수명은 남자 79세, 여자 85세로 남자는 세계 23위, 여자는 세계 6위를 차지한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노년의 모습은 부정적이다. 등은 굽고, 피부는 쭈글쭈글해지고, 관절은 마디마디가 쑤신다. 기억력 또한 급속히 떨어지고, 신체 감각 역시 하루가 다르게 무뎌진다. 지인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이유다.
저자도 당초 이처럼 부정적인 나이듦과 죽어감을 염두에 둔 채, 뉴욕에 사는 85세 이상의 초고령자 취재에 나섰다. 고령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을 집중 조명해보리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1년 동안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관점이 확 달라짐을 느꼈다. 노인들은 변해가는 자신과 처한 환경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가운데 그 안에서 가진 '최소한의 능력'을 이용해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었다. 쉽지 않은 일상마저도 여전히 그들에게는 기쁨이며,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해야 할 이유를 찾더란다.
저자가 여섯 명의 노인을 만나고 자신의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내린 결론은 이렇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인정하면 인생과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진다. 남은 삶을 행복하게 채우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령자들의 시선으로 인생을 보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요컨대, '행복해지려면 노인처럼 생각하며 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게 되면 당장 세상이 끝날 것처럼 지레 겁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거나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을 끌어안느라 현재를 즐기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살지는 않은지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과 같은 의미다.
실제로 저자가 양로원이나 호스피스의 노인들을 살펴보니 더 현명하다고 평가된 사람들이 지금의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하는 경향을 보였다. 쓸 수 없는 돈에 욕심을 내거나 이룰 수 없는 성적 욕망에 빠져들지 않더라는 것. 한 노인은 "행복은 지금 당장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다"며 저자에게 삶의 지혜와 행복의 비결을 들려줬다. 이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상적인 인간이 돼가는 놀라운 과정이다"는 가수 데이비드 보위(2016년 69세로 타계)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어디 외국가수의 명언뿐일까.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노사연의 노래 '바램'도 이와 맥락이 닿는다.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2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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