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아기' 논란 과학자 "성과 자랑스러워"

입력 2018-11-28 17:05  

'유전자 편집 아기' 논란 과학자 "성과 자랑스러워"
관련 학술회의서 발언…"실험참가자 HIV 양성…이해하고 참가"
中 과기부 "명백한 규정 위반…법에 따라 처리할 것"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인 과학자 허젠쿠이(賀建奎)가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성과에 대해서는 자랑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젠쿠이는 28일 오후 홍콩대학 리자오지(李兆基)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국제 인류유전자편집회의 행사에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고 신경보(新京報)와 봉황망(鳳凰網) 등이 보도했다.
허젠쿠이는 "매우 감사하다. 먼저 사과해야겠다"면서 "저의 모든 실험결과는, 실험의 비밀보장이 쉽지 않아 데이터가 새나갔다. 그래서 오늘 여기서 대중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연구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는 이견이 나오자 "빈곤지역에서는 '정액 세척' 기술을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 이번 연구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응용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DPA 통신은 허젠쿠이가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HIV 양성인) 아이들의 아버지는 삶의 희망을 잃은 상태였는데, 이번 실험으로 면역력을 갖춘 아이들이 태어났다"면서 "아버지는 '열심히 일해 돈을 벌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허젠쿠이는 26일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변형한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고 주장해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긴 상태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쌍둥이 여자아이 2명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실험에 남편이 HIV 양성, 아내는 HIV 음성인 7쌍의 부부가 끝까지 실험에 참여했으며, 약 30개의 배아 중 70%에 대해 유전자 편집을 했다고 소개했다.
또 실험 참가 부부가 자의로 참가했고, 실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누가 이번 연구의 자금을 지원했는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중국 임상시험등록센터 사이트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선전(深천<土+川>)시 과학기술혁신위원회의 감독하에 있는 한 프로젝트의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는데, 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허젠쿠이의 실험실 홈페이지에는 그가 부교수로 있는 남방과학기술대(SUST)에서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지만, 대학 측 역시 이러한 연구를 승인한 바 없다고 밝혔다.
허젠쿠이 역시 회의장에서 "학교 측은 이번 실험을 전혀 몰랐다"고 언급했다.
그는 연구 자금원을 묻는 말에 "(자기 소유의) 회사는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3년 전 연구할 때는 대학의 지원이 있었고, 이후에는 의료계 관련 인사가 일부 자금을 지원했다"고 답했다.
CNN에 따르면 허젠쿠이의 미국 라이스대학 재학시절 지도교수였던 마이클 딤도 이번 연구에 관여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학교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일의 주무부처인 중국 과학기술부의 쉬난핑(徐南平) 부부장(차관급)이 "중국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다. 관련 법률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보도했다.
중국과학원과 중국의 에이즈 연구자 140명도 각각 성명을 내고 이번 실험에 대한 강한 반대 견해를 밝혔다.
하버드대 의대 조지 데일리 학장은 '첫 사례에서의 실수 때문에 질병예방 등에서 DNA 편집기술의 잠재적인 장점에 대해 학자나 규제당국이 거부하게 된다면 유감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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