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0대도 안 다녀" 외면받는 부산 도심 자전거 도로

입력 2018-11-28 14:39  

"1시간 10대도 안 다녀" 외면받는 부산 도심 자전거 도로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자전거 도로라고 마음껏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부산의 도심 곳곳에 설치됐던 자전거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48.38㎞,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는 383.32㎞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경계석이나 안전펜스 등으로 구분해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는 인도에 붉은색으로 구간을 표시해 자전거도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전거 도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 2009년을 전후로 정부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부산도 많은 예산을 들여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역적 특성이나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전거 도로를 마구 조성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 주요 상권 중 한 곳인 남구 부경대와 경성대 사이 도로 옆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 1.2㎞ 구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10년 차 로드 자전거 마니아 최모(49)씨는 "이런 수준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생색만 낸 것"이라며 "걸핏하면 진행 방향 옆으로 차가 튀어나오는데 누가 타러 오겠느냐"고 말했다.

관할 남구청이 지난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낮에 CCTV를 토대로 해당 구간의 자전거 통행량을 분석해보니 1시간 평균 9.7대에 불과했다.
남구 관계자는 "자전거를 타기 가장 좋은 날씨인 가을에 이 정도 통행량을 보였다는 것은 사실상 이용자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1개 차선을 없애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할 당시에 반대 민원이 꽤 있었지만, 정부 지침이라 어쩔 수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며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자전거 전용도로 철거를 부산시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오가는 자전거가 없다 보니 곳곳에 상가 등에서 내놓은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놓여있고, 화물차나 오토바이의 주차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게다가 자전거 전용도로가 버스 승강장을 관통하게 돼 있어 큰 혼란을 주는 곳도 있다.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로 비슷한 상태다.
자전거 구간이 있다가 없어지는가 하면 곡선 구간이나 교차로 등을 앞두고 아예 구간이 끊어진 곳도 부지기수다.
부산의 한 자전거 동호회 관계자는 "부산 도심에서 자전거를 제대로 즐기려면 온천천이나 수영강변으로 가거나 낙동강에 조성된 국토 종주 자전거길로 가야 한다"며 "그 외의 구간을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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