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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자전거 도로라고 마음껏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부산의 도심 곳곳에 설치됐던 자전거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48.38㎞,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는 383.32㎞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경계석이나 안전펜스 등으로 구분해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는 인도에 붉은색으로 구간을 표시해 자전거도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전거 도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 2009년을 전후로 정부 지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부산도 많은 예산을 들여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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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역적 특성이나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전거 도로를 마구 조성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 주요 상권 중 한 곳인 남구 부경대와 경성대 사이 도로 옆에 조성된 자전거 전용도로 1.2㎞ 구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10년 차 로드 자전거 마니아 최모(49)씨는 "이런 수준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생색만 낸 것"이라며 "걸핏하면 진행 방향 옆으로 차가 튀어나오는데 누가 타러 오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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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남구청이 지난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낮에 CCTV를 토대로 해당 구간의 자전거 통행량을 분석해보니 1시간 평균 9.7대에 불과했다.
남구 관계자는 "자전거를 타기 가장 좋은 날씨인 가을에 이 정도 통행량을 보였다는 것은 사실상 이용자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1개 차선을 없애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할 당시에 반대 민원이 꽤 있었지만, 정부 지침이라 어쩔 수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며 "주민 의견을 수렴해 자전거 전용도로 철거를 부산시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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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전용도로를 오가는 자전거가 없다 보니 곳곳에 상가 등에서 내놓은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놓여있고, 화물차나 오토바이의 주차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게다가 자전거 전용도로가 버스 승강장을 관통하게 돼 있어 큰 혼란을 주는 곳도 있다.
보행자 겸용 자전거 도로로 비슷한 상태다.
자전거 구간이 있다가 없어지는가 하면 곡선 구간이나 교차로 등을 앞두고 아예 구간이 끊어진 곳도 부지기수다.
부산의 한 자전거 동호회 관계자는 "부산 도심에서 자전거를 제대로 즐기려면 온천천이나 수영강변으로 가거나 낙동강에 조성된 국토 종주 자전거길로 가야 한다"며 "그 외의 구간을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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