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중국 국유기업은 이윤 아니라 공산당 위해 경영"

입력 2018-11-28 15:36  

FT "중국 국유기업은 이윤 아니라 공산당 위해 경영"
화룽, 부패 스캔들 일으킨 라이샤오민 전 회장 '흔적 지우기'
홍콩 전문가 "당 위해 경영하는 中 국유기업 주식은 보유 안해"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산당을 위해 경영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중국의 국유기업인 화룽(華融)자산관리공사(화룽)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라이샤오민(賴小民) 전 회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상황을 설명하면서 중국 국유기업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화룽은 지난주 주주들에게 중국 금융업계 사상 최대의 현금 은닉 사건을 일으킨 라이 전 회장에 대한 기억을 지울 기회를 제공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화룽은 주주들에게 라이 전 회장의 서명이 새겨진 주권(株券)을 후임 회장이 서명한 새 주권으로 교환할 기회를 주겠다고 공시했다.
중국 국유기업에선 부패에 연루된 경영진의 흔적 지우기 시도가 흔히 이뤄진다고 FT는 지적했다.
며칠 전에는 중국개발은행 후화이방 전 총재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자 은행 측은 베이징(北京) 은행 본부에 걸려 있던 그의 사진을 철거했다.
화룽의 라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자신의 소유 저택 여러 곳에 총 2억7천만 위안(약 440억 원)의 현금다발을 은닉한 사실이 적발돼 공산당 당적을 발탁당하고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은닉한 현금은 무게만 3.1t에 달한다.
라이 전 회장은 1983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입사한 이래 35년간 인민은행과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은행감독국 등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뒤 화룽의 회장을 맡았다.
화룽은 중국의 최대 부실 자산정리회사로 1999년 11월 설립돼 2015년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화룽의 라이 전 회장 흔적 지우기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화룽의 주권 교환 소식은 홍콩에서 기업 지배구조 감시활동을 하는 데이비드 웹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웹은 자신의 이름과 같은 웹사이트(Webbsite.com)를 통해 화룽의 주권 교환 사실을 알렸으며, 몇 시간 만에 FT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에 알려졌다.
웹은 "화룽의 라이샤오민 주권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그것을 계속 보유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면서 라이 전 회장의 서명이 들어간 주권의 희소성을 부각했다.
웹은 지난달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 라이 전 회장이 한 카지노 개발업체 회장의 사기 사건에 휘말려 화룽에 약 102억 홍콩달러(약 1조4천680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여 년간 홍콩에서 성공적인 투자 활동을 해온 웹은 "중국의 국유기업은 대체로 이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국유기업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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