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는 없다…차라리 내주고 대가를 얻어내야"

입력 2018-11-29 06:01  

"프라이버시는 없다…차라리 내주고 대가를 얻어내야"
신간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빅 브러더'가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려냈다. 이 작품이 시대를 앞서간 걸작으로 평가받은 것은 사생활 침해를 두려워하는 인간 본성이 잘 반영된 덕분이기도 했다.
'빅 브러더'의 악몽은 이후 여러 예술 작품에서 클리셰로 반복된다.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침해되는 것을 병적으로 꺼리지만, 역설적으로 사생활 노출의 가장 큰 통로인 소셜 미디어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비밀을 지키려는 욕구만큼이나 과시와 관음의 욕망도 크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이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2010년 한 인터뷰에서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 창업 초기만 해도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리기를 꺼렸지만, 불과 5년 만에 가입자들이 나이, 직업, 거주지는 물론 정체성, 정치·이념 성향 등 민감한 부분까지 드러내기 시작한 현상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와 소셜-모바일 기술이 소비자 트렌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분야에서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안드레아스 와이겐드는 심지어 우리가 프라이버시라는 낡은 개념에 갇혀 데이터가 주는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서 '포스트 프라이버시 경제(사계절 펴냄)'를 통해서다.
저자에 따르면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차라리 개인정보를 내주되 그 이상의 대가를 얻도록 노력하는 게 낫다.
데이터를 생성해 공유하고 대부분 제품과 서비스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공되는 시대에서, 프라이버시를 고수하려 애쓰는 사람은 제품·서비스에 대한 평균적 정보만 얻지만, 적절히 선호도를 표현하는 사람은 더욱 최적화되고 질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로 성장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검증되지 않는 고객도 제품에 리뷰를 남길 수 있게 한 방침이다. 설사 악평이라도 다른 고객들에게 참고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기업 철학이 반영됐다.
저자는 오히려 예전 마케팅 방식은 고객이 무엇을 구매할지 기업이 결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이 기업에서 무엇을 만들지 정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앞으로는 금융 거래 명세가 적은 20대 청년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의 평판과 기여도 등이 보장하는 신용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예언한다.
실제로 우리 정부도 내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쇼핑 내용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스팅 등 비금융정보를 개인신용 평가에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저자는 개인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불균형과 불평등을 개선하고 기업과 정부의 횡포를 막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규칙의 핵심은 기업이 개인을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만큼 개인도 기업을 투명하게 파악할 방법이 제공돼야 하고, 기업이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하는 일에 각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되는 것이다.
2002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추천사에서 "이 강렬한 책은 비밀 없는 세계에서 우리가 맞게 될 기회가 무엇인지 지도를 그려 보여준다"고 말했다.
저자는 아마존 수석과학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스탠퍼드 소설데이터연구소 대표로 유수 글로벌 기업들의 컨설팅을 하고 있다. 440쪽. 2만2천원.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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