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부상자 수색은 기본 중 기본…교육·훈련 강화해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최근 충북에서 음주 운전 사고로 크게 다친 동승자가 차 안에 7시간가량 방치됐다가 전신마비에 빠진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소방당국의 허술한 현장 구조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선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5시 57분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도로에서 술에 취한 A(26)씨가 몰던 승용차가 길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구조대는 '다른 동승자는 없다'는 A씨 말만 믿고 그는 경찰서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B(26)씨는 인근 병원으로 각각 데려갔다.
하지만 사고차량 뒷좌석에는 C(22)씨도 타고 있었다.
경찰관 2명과 119 구급·구조대원 8명 전원이 C씨의 탑승을 인지하지 못했다. 운전자 진술에만 의존해 차량 내부 수색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목을 심하게 다친 C씨는 사고 발생 7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1시께 견인업체 관계자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미 전신마비에 빠진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차 안을 제대로 살펴봤다면 그의 중상을 막거나 조기 대처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초동대처 부실을 인정하고, 현장 출동 대원들을 상대로 감찰을 벌이는 등 뒷북 대처에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란 비판이 거세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4년 11월 10일 충북 음성에서는 스타렉스 화물 밴이 1t 화물차를 추돌해 스타렉스 화물칸에 타고 있던 D(당시 57세)씨가 숨졌다.
D씨의 시신은 병원으로 옮겨진 스타렉스 운전자의 "화물칸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은 경찰이 재수색한 끝에 발견했다. 사고 발생 3시간 뒤의 일이다.
같은 해 8월 19일 경기도 성남에서는 운전자를 포함해 4명이 타고 있던 승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경찰서 주차장으로 옮겨진 사고차량에서 동승자 1명이 뒤늦게 시신으로 발견됐다.
2012년 8월 25일 충북 제천에서도 교통사고 사망자가 사고 발생 5시간 만에 차량 수리 과정에서 견인업체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런 사태가 생길 때마다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현장 구조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을 키우는 일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경찰의 '교통사고 초동조치 매뉴얼'을 보면 사고 현장에서 관련 차량과 부상자를 관찰하고, 그들의 위치를 촬영(기록)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소방 역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를 통해 사고차량 식별 및 특수성에 맞는 구조 활동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사고 유형에 따라 차량 내부는 물론 그 주변까지도 수색 범위에 들어간다.
충북소방본부는 최근 구조·구급 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전기에 구조 수칙을 담은 메모지를 부착해 항상 참고토록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창읍 사고를 보면 이런 조처가 형식에 불과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신동민 교수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게 부상자 수색"이라며 "신고자나 현장 관계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만약에 있을지 모를 부상자 수색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훌륭한 매뉴얼이라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구조 수칙을 생활화해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경찰과 소방 모두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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