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수조합 환적화물 수송포기 선언…항만운영 차질 우려

입력 2018-11-29 15:14   수정 2018-11-29 15:30

부산항운수조합 환적화물 수송포기 선언…항만운영 차질 우려
"항만공사 지원 약속 뒤집어, 근본 대책 없이는 환적수송 못해"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에서 환적화물을 전문적으로 실어나르는 협동조합이 다음 달부터 환적화물 수송 포기를 선언해 항만운영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부산항운수협동조합은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참여한 7개 운송사가 12월 1일부터 환적화물의 부두 간 수송을 중단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부산시와 항만공사 요청으로 최종 결정을 일단 유보했지만, 안정적으로 환적화물을 수송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환적 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이에 앞서 28일 부산항만공사에 공문을 보내 12월부터 환적화물 수송을 중단하고, 북항 감만부두에 있는 사무실도 철수한다고 통보했다.
조합은 100여 대의 차량으로 부산항 북항에서 부두 간 이동하는 환적화물의 70%, 신항의 부두 간 이동화물의 20% 정도를 수송한다.
부산항 전체로 보면 한 부두에서 내려 다른 부두로 옮겨야 하는 환적화물의 30% 정도를 담당한다.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환적화물 가운데 월평균 30만개(20피트 컨테이너 기준) 정도가 부두 사이에 이동해야 한다.

조합 소속 업체 가운데 일부는 아예 운송업을 접기로 했고, 나머지는 중장거리 수출입화물 운송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환적화물 수송을 포기하면 항만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환적화물이 제때 이동하지 못해 선박의 출항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부두 하역작업도 연쇄적으로 지연된다.
이런 사태가 길어지면 사실상 부산항의 환적 기능이 마비되는 일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합 측은 대형 운송사들이 운임을 제대로 주지 않는 데다 항만공사가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 등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이런 상태에서 더는 환적화물 수송을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7월 1일 출범한 이 조합은 소속 기사들에게 다른 업체들보다 지입료를 적게 받으면서도 운송료는 많이 지급하는 등 비현실적인 저운임 구조를 개선하고자 노력했으나 항만공사의 지원 약속 불이행 등으로 지금까지 3억원 이상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관계자는 "2017년 업체들이 저운임 개선을 요구하며 운송거부를 선언하자 항만공사가 원활한 환적화물 수송을 위해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차일피일 이행을 미루더니 최근 갑자기 그런 약속을 한 적 없다며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의 환적화물 운송 포기 선언에 따라 항만공사는 운송사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합에 일감을 주는 대형 운송사와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 등도 환적화물 수송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형 운송사는 중장거리 운송차를 환적화물 수송에 대체 투입하는 등의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조합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항과 신항 내 부두 간 운임이 1만5천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형편없이 낮은 데다 24시간 쉬지 않고 운행해야 하는 고된 여건 때문에 높은 운임을 받는 중장거리 차량 기사들이 참여를 거부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수출입화물이 정체 상태에 놓여 환적화물을 늘려야만 성장할 수 있는 부산항으로서는 부두 간 수송 차량은 필수 공공 인프라"라며 "환적화물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 부산항의 경쟁력이 곤두박질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항만공사가 나서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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