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편적 복지…예산 검토·법 개정 필요해 최종 실현까진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아동수당은 어떻게 해서라도 도입 초기부터 만 0∼5세 아동을 가진 모든 가구에 다 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지난해 12월 여야가 국회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아동수당을 소득 상위 10%를 뺀 90%만 주기로 합의한 지 채 한 달 만에 모든 가구 지급이라는 원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이후 박 장관은 국회에 불려가 정치권으로부터 "여야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냐"는 호된 질타를 받고,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바람대로 내년 1월부터는 100% 아동수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편복지에 반대하던 야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100% 아동수당 지급이 가능해졌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아동수당 예산을 1조9천271억원에서 2조4천622억원으로 5천351억원 증액하는 내용을 담은 2019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등을 심의, 의결해 국회 예결위로 넘겼다.
복지위 의결 예산안은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로 넘어가 감액 심사 관문을 거쳐 원안 그대로 통과하면 확정된다.
하지만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하고 아동수당법도 개정해야 하기에 최종 실현까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가 의결한 예산안을 보면, 2019년 1월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6세 미만 아동을 둔 모든 가구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게 된다. 나아가 내년 9월부터는 아동수당 지급대상이 6세 미만에서 9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복지제도 사상 처음으로 보편적 복지가 도입된다는 말이다.
지난 9월부터 지급된 아동수당은 만 0∼5세 아동 중에서 소득·재산 상위 10% 가구를 제외한 90% 가구가 아동 1인당 최대 72개월 동안 받는다
지금까지 0∼5세 아동 250만명 중 96.1%인 240만명이 신청해 11월 현재까지 3개월간 누적으로 221만명이 아동수당을 받았다. 신청 아동의 4.0%(약 10만명)는 소득·재산 기준 초과로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동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다. 정부는 애초 올해 7월부터 0∼5세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월 10만원을 지급하려고 했다. 하지만 작년 말 여야 예산안 협상에서 지급대상이 축소되고 시행 시기는 올해 9월로 미뤄졌다.
이렇게 지급대상을 축소하겠다고 하자 아동수당을 약속대로 보편적 복지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청원이 쇄도했다.
상위 10%를 제외하는데 들어갈 비용과 행정력에 대한 비난도 제기됐다.
실제로 상위 10% '금수저'를 가려내는 데 필요한 비용은 인건비와 금융조사 통보 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800억원에서 최대 1천600억원이 들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게다가 아동수당제도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착된다 해도 해마다 연간 1천억원의 선별 비용이 들어갈 것이란 추정까지 나온다.
상위 10% 가정에도 아동수당을 모두 지급할 경우 투입해야 할 예산이 약 1천200억원 정도로, 선별 비용과 거의 비슷한 실정이어서 행정 낭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동수당을 타려는 국민도 소득과 재산 등 소명서류를 내느라 큰 불편을 겪었다.
아동수당 신청자들은 소득·재산 조사를 위해 총 4천972만 건의 자료를 냈고, 이 가운데 51만8천 명은 소득·재산을 소명하고자 57만5천 건의 서류를 추가로 제출했기도 했다. 심지어 아동 1명은 총 132건의 소명서류를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서류제출 상위 10명 중 5명의 아동은 100건 이상의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처럼 행정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과다 자료제출 요구로 국민 불만이 높아지자 야당의 태도도 변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이 저출산 극복 여야 태스크포스 등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 100% 지급에 동의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열고 아동수당법 개정을 통한 지급 대상 확대에 합의하면서 보편적 아동수당이 현실화하게 됐다.
한편, 내년에 아동수당을 100% 지급하기로 했지만, 신청주의에 따라 대상자가 아동수당을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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