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95% 여성이지만 모성 보호는 바닥"

입력 2018-11-28 19:58   수정 2018-11-28 20:09

"방송작가 95% 여성이지만 모성 보호는 바닥"
방송작가유니온 실태조사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아줌마 되더니 감 떨어졌네?" "옛날에는 애 낳고 바로 밭에 일하러 갔잖아."
현업에서 뛰는 여성 방송작가들이 들은 이야기의 '일부'라고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방송작가 모성 보호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포함한 총 222명의 여성 방송작가(기혼 105명, 미혼 117명)가 설문에 답했다. 방송작가의 95%는 여성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 직종은 임신 결정에 있어서 자신의 선택권을 침해받고 있다.
'본인이 원할 때 자유롭게 임신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한 사람이 70.8%였다. 응답자들은 '임신과 일을 병행하기 힘든 노동강도'(66.1%)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으며 '휴가나 휴직 혜택 전무'(25.3%), '임신 이후 해고 등 불이익 예상'(7%), '동료들의 곱지 않은 시선'(1.6%)도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방송작가들의 임신, 출산과 관련해 부당한 언사와 행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방송작가유니온은 강조했다.
방송작가들이 실제로 상사에게 들은 말 중에는 "맘 놓고 밤샐 수 있는 젊은 애들 많은데 누가 애 보러 가야 하는 애 엄마 쓰겠냐", (면접 시 결혼 여부를 물으며) "임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든가, 불임이면 합격", (임신 초기 밤샘을 강행하다 유산 후 복귀하자) "며칠 쉬더니 얼굴이 좋아 보인다, 애는 또 금방 들어선다" 등이 있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작가들에게 '임신, 출산, 육아'의 모성권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구조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특수고용직 프리랜서에 속하는 방송작가들에게는 출산 휴가도 '언감생심'이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115명의 응답자 중 71.3%는 임신·출산 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휴가를 썼다고 응답한 28.7%도 제대로 된 출산 휴가라 보기 어려웠다. 휴가를 쓴 사람 중 62%는 출산을 위해 아예 일을 그만두었다고 응답했고, 26%는 다른 작가에게 잠시 일을 넘겨주는 방법으로 (무급 휴가) 출산 휴가를 냈다고 답했다. 유급으로 공식휴가를 받았다는 응답자는 115명 중 단 1명에 불과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작가들의 모성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와 방송사들의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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