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서 제7회 한국영화페스티벌서 열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과 유사하게 해석한 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테헤란 시내 멀티플렉스 극장 쿠로시 시네마에서 28일(현지시간) 제7회 한국영화페스티벌이 열렸다.
31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이 행사엔 '리틀 포레스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족구왕', '물숨' 등 한국 영화 8편이 이란 영화 팬에 선보인다.
리틀 포레스트,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과 이들 영화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 씨 등 한국 영화인이 이날 개막식에 맞춰 테헤란을 찾아 이란 관객과 직접 만났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이 이란 정부의 상영 허가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이란은 집회·시위가 엄격히 제한되는 데다 정치 문제를 다루는 외국의 문화 콘텐츠를 '조용히 정부를 전복하는 공작'으로 여기고 경계하는 탓이다.
2016년 말 한국에서 벌어진 촛불집회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을 때도 이란 현지 언론은 한국 국민이 대규모로 모여 정부를 타도하는 장면은 되도록 줄이고 한국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정권에 맞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저항하는 외국의 사례가 자칫 이란 내부의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 언론이 주목하는 외국의 대중 집회나 시위는 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1987 역시 정치적 내용에 민감한 이란 정부가 상영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가 충분했으나 예상과 달리 별다른 문제 없이 허가를 받았다.
이 행사를 주최한 주이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란 정부가 여성의 노출, 종교적 내용 등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으나 1987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대학생이 주도해 부패한 권력을 몰아낸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과 1987년 한국의 민주화 항쟁을 유사하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으로 친서방 팔레비 왕정에서 신정일치 이슬람 공화국으로 통치 체제가 급변했다.
영화 1987은 29일 상영될 예정으로 이 영화의 장준환 감독도 테헤란을 찾아 관객과 만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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