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내 요구 사항을 더 잘 아는 에이전트는 없을걸요?"

입력 2018-11-29 09:30  

"나보다 내 요구 사항을 더 잘 아는 에이전트는 없을걸요?"
MLB 투수 로버트슨·LG 박용택, 에이전트 없이 직접 협상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에이전트(대리인) 전성시대에 에이전트 없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독립군'이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인 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33)과 KBO리그 LG 트윈스의 베테랑 박용택(39)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에이전트에게 협상을 일임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직접 구단 최고위층을 만나 계약 조건을 따진다.
이번 스토브리그부터 KBO리그도 에이전트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에 박용택도 대리인을 선임해 좀 더 느긋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지만, 예전처럼 대리인 없이 구단과 만난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의 요구 사항을 자신만큼 아는 이가 없어서다.
로버트슨은 올해 뉴욕 양키스 불펜 투수로 8승 3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3.23을 올리는 등 빅리그 11년 통산 53승 32패, 137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올린 수준급 구원 요원이다.
그는 지난달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내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누구도 나보다 더 알 순 없다"며 에이전트 고용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로버트슨은 절대 자신의 전 에이전트 때문에 이렇게 결정한 건 아니라고 강조하고 구단을 대상으로 자신을 직접 '팔아야' 하는 이런 일을 다른 선수들에게 권유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다만, 오로지 자신과 가족에게 맞는, 좀 더 적합한 팀을 알아보기 위해 내린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29일 일본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로버트슨은 FA 협상 시작 후 구단 단장을 6명 이상 만났다고 한다.
3년 계약을 원하는 로버트슨은 접촉한 단장들에게 자신의 보직, 전력 구성 방안 등 야구와 직결된 얘기를 먼저 묻고 홈구장 클럽하우스에 있는 '패밀리 룸' 사정을 반드시 물었다.
선수 가족들이 사용하는 패밀리 룸의 크기, 어린이들을 위한 간단한 놀이기구와 대형 TV 구비 여부 등 환경을 따진 것이다.
로버트슨은 구원 투수 계약 정보를 눈여겨보면서 구단 단장들과 전화 또는 이메일로 꾸준히 의사를 소통하고 있다.
닛칸스포츠는 은퇴한 투수 휴스턴 스트리트도 현역 시절 부동산 투자 성공에서 거둔 협상 특기를 십분 발휘해 실제 연봉 계약 때도 에이전트 없이 혼자 나선 것으로 유명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데이터 시대'로 불릴 만큼 정보가 넘친다.
계약 규모도 다양한 데이터와 시장 크기에 따라 정해지므로 선수가 자신의 몸값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졌기에 로버트슨처럼 에이전트 없이 직접 계약을 준비하는 선수가 등장했다고 닛칸스포츠는 평했다.


달변으로 정평이 난 LG 박용택도 세 번째 FA 협상을 차명석 LG 단장과 직접 한다.
그토록 원한 LG에 입단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입지를 굳힌 것에 자부심을 보이는 박용택은 다른 구단으로 옮길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복수 구단 사이에서 협상을 조율할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로버트슨처럼 나만큼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힘줘 말한다. 대리인에게 줄 수수료도 아끼고 '셀프 홍보'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any99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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