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셴코 "나토 회원국들이여, 해군함정 지원해달라"
크렘린궁 "추가적 긴장 유발 시도…내년 우크라 대선 선거전용"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한 사건과 관련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 지원을 요청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독일 일간 빌트지와 인터뷰에서 아조프해(海)로 해군 함정을 보내 러시아와 대치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AFP통신 등이 28일 보도했다.
아조프해는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러시아와 경계를 이루는 내해로, 케르치해협을 통해 흑해와 연결된다.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은 지난 25일 케르치해협에서 러시아 해안경비대에 나포됐고, 러시아법원은 함정 승조원 24명 전원을 2개월간 구속하기로 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독일은 우리의 맹방 중 하나이고, 다른 나토 회원국들도 우리를 지원하고 안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아조프해에 해군 함정을 배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세인 포로셴코가 도발을 벌인 것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면서 우크라이나 함정들이 러시아 해안경비대 호출에 응하지 않고 영해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공격적인 정책을 용인할 수가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조프해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반도였고, 이번에는 아조프해까지 원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2014년 강제로 합병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우크라이나의 훌륭한 친구라고 표현하면서 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무력 충돌 종식을 위한 민스크협정 때처럼 다른 동맹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다시 한번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식민지처럼 여기고 있고, 크림반도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등을 포함해 옛 러시아제국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어 29일에는 케르치 해협 사건 이후 발령한 계엄령 시행과 관련,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에 대한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로셴코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내달 26일까지 한달 간 발령한 계엄령과 관련 "상점으로 달려가 성냥이나 소금을 사들일 필요는 없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저축 인출, 외환 교환, 해외 여행 등에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에겐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면서 "이는 충분히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인들에 대한 제한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이날 아조프해로 나토 군함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포로셴코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토 군함 파견) 문제 설정 자체가 추가적 긴장 유발과 도발적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페스코프는 "그러한 요청의 근저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선 선거전과 내부 정치적 이해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러시아와의 긴장을 조성하면서 서방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사건 다음날 우크라이나 함정과 승조원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면서 러시아의 행위에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흘간 논의를 거친 끝에 별도의 제재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우려를 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성명을 인용해 전했다.
EU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고조에 극도의 우려를 표명하고 용인할 수 없는 무력 사용에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모게리니 대표는 밝혔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에 대해 미국과 EU 국가들은 '침략'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내린 바 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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