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동화 설비 제조하는 중소기업 대표 등 11명 기소
6년간 38명ㆍ1천500억원 투입된 국가핵심기술 팔아넘겨
삼성과 30년 거래 中企, 매출감소 이유로 신뢰 배신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휴대전화 등의 화면 모서리를 커브드(curved) 형태로 구현한 삼성디스플레이(이하 삼성)의 엣지 패널 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기술개발에는 무려 6년간 38명의 엔지니어들과 1천5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으나, 검거된 일당은 불과 10분의 1를 받고 국가핵심기술을 강력한 IT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인권·첨단범죄전담부(김욱준 부장검사)는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 중소기업의 대표 B(50) 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하고, 8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9일 밝혔다.
B 씨 등은 올해 4월 삼성으로부터 받은 플렉서블 OLED 엣지 패널 3D 래미네이션 관련 설비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 산업기술이자 영업비밀 자료를 자신들이 설립한 C 업체에 유출한 뒤 일부를 중국 업체 2곳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5월부터 석달여간 삼성에서 받은 도면 등으로 3D 래미네이션 설비 24대를 B 업체에서 제작한 뒤 중국 업체에 16대를 수출하고 8대를 수출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삼성의 자동화 설비 제작 업무를 하다가 매출이 떨어지자 중국 업체들에 먼저 접근해 돈을 받고 국가핵심기술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수사기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형수 명의로 C 업체를 세워놓고 이처럼 범행했으며 설비사양서와 도면, 설비 등을 넘기는 대가로 중국 업체들로부터 155억여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 중소기업은 휴대전화 패널 제조 설비 등 자동화 설비를 제작하는 코스닥 상장회사로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액이 1조1천384억원, 시가 총액은 1조282억원을 기록한 업체이다.
특히 삼성의 자동화 설비 제작을 도맡다시피 하는 등 삼성과 30여년간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범행도 삼성으로부터 3D 래미네이션 설비 제작을 의뢰받고서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B 씨 등이 팔아넘긴 3D 래미네이션 기술은 고급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로 '엣지 디자인'으로도 불리는 엣지 패널 제조라인의 핵심 기술이다.
B 씨 등은 A 중소기업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이후 올해 매출 유지가 어렵게 되자 중국 업체들을 먼저 찾아가 중요 기술을 넘길 테니 돈을 달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받은 B 씨 등에 대한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벌여 이들의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B 씨 등의 범행으로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가 수년간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삼성전자 제품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다"며 "B 씨 등의 범죄수익금 전액을 환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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