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관련 기사 없어…대외 선전매체서만 의미 부각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소강 국면에도 북한은 이른바 '핵무력 완성 선언' 1주년인 29일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며 대화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 및 핵무력 완성 선언 1주년임에도 이와 관련한 어떤 기사도 게재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의 '선(先)비핵화' 조치 요구에 '선(先) 제재 완화'로 대응하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날을 기회로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노동당 기관지에서 미국을 향한 강한 메시지를 날릴 법도 하지만 침묵했다.
오히려 1면은 전부 경제뉴스뿐이고 나머지 4개의 지면도 경제· 과학기술분야 소식과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 내용으로 채워졌다.
대미 비난이라 해봐야 국제 및 대남 소식 면인 6면에 '비열하고 유치한 정치적 음모의 산물'이란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다.
내용 역시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데 대해 한국과 미국에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싸잡아 비난한 것으로 최근 잇단 비난 논조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대신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를 내세워 화성-15형 발사 성공의 의미를 부각하는 데 그쳤다.
특히 그 의미를 올해 들어 한반도에 파격적인 정세변화가 이뤄지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담보가 마련됐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세계를 진감시킨 11월 대사변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제목과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실현 1돌을 맞으며'라는 부제로 글을 실었다.
이 매체는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세운 11월 대사변이 있어 제국주의 침략과 핵 위협의 역사에 종지부가 찍혀지고 우리 인민은 승리의 신심 드높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혁명의 전진속도를 더욱 가속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려움 속에서도 핵무력 완성에 총력을 기울인 것은 "조국과 민족의 존엄을 만방에 떨치고 인민의 노랫소리, 웃음소리를 더욱 높이 울려 퍼지게 하는 길"임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기술적으로 미비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의 성공과 핵무력 완성을 서둘러 선언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대북제재와 압박 때문이 아니라는 국가적 자존심을 드러내면서도 사실상 경제발전을 위한 국면전환 명분과 의도였음을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전날 또 다른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도 "올해 들어와 북남관계발전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조선반도의 평화보장을 위한 역사적인 조미수뇌상봉이 진행되는 등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이적인 현실들이 펼쳐진 것은 공화국의 위대한 힘의 과시"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유연한 모습은 미국의 제재압박과 비핵화 협상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판을 깨지 않고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것과 함께 비핵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메아리는 "그 어떤 제재와 압살도 조선의 불굴의 신념과 전진속도, 견인불발의 힘을 당해낼 수 없다"며 "설사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 제재압박과 군사적 위협 공갈이 통한다 해도 우리 국가에만은 절대로, 백년천년만년이 가도 통할 수 없다"고 역설, 미국의 '부당한 요구와 제재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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